고유가충격으로 무역수지 적자기조가 만성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의 3대축이라고 하는 성장ㆍ물가ㆍ수지가 모두 비상등이 켜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수출은 원화절하(환율상승)에 힘입어 사상최대를 기록했지만, 국제유가상승에 따른 원자재수입이 워낙 크게 늘어 무역수지는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악화기조가 당분간 해소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우리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미ㆍ이라크전쟁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장기전으로 치닫고 한동안 단기전 기대감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최근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등 선진국경제의 동반침체와 동남아지역의 괴질확산 등의 악재까지 겹치고 있다. 말그대로 설상가상인 셈이다.
◇수출은 환율상승덕에 사상최대=지난 3월 수출액은 155억7,000만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내수경기가 계속 위축되자 기업들이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북핵위기 등으로 원화환율이 상승한 것도 수출증가에 도움이 됐다. 올들어 1~2월중 원ㆍ달러환율은 달러당 평균 1,180~1,190원 수준을 유지했지만 3월말에는 1,250원대로 뛰었다. 박봉규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3월 수출은 당초 150억달러 안팎을 예상했지만 환율상승과 함께 기업들이 수출을 앞당기는 전략에 주력함에 따라 수출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입, 증가율 격증=3월 수입액도 159억3,000만달러로 수출과 마찬가지로 사상최대를 나타냈다. 문제는 증가율. 수입증가율은 올들어 30%대로 수출증가율 20%안팎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3월 수입증가율은 32.9%로 수출증가율(17.5%)에 비해 거의 2배로 늘어났다. 이런 수입증가는 에너지 등 원자재도입액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및 석유제품 가격상승으로 에너지 수입액은 35억5,000만달러였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22.5억달러)보다 13억달러나 많은 것이다.
원자재와 함께 자본재수입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일본과의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올들어 3월20일 현재 대일본 무역적자는 41억1,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28억6,000만달러)보다 44%나 늘었다.
◇장기전되면 무역적자 크게 확대될 듯=이라크전쟁이 장기전으로 가는게 지배적인 견해이고 보면 이 같은 무역수지적자기조는 쉽게 탈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월중 미국에 대한 수출은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는 미국내의 수요 위축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확대로 대미 수출감소를 메울 수도 있지만 중국수출이 언제까지 늘어날 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박동철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중국과의 통상마찰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국의 저가수출공세가 계속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증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