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이달 30일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내 첫 본안소송 심리에 돌입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특허에 대한 가처분 공방은 몇 차례 있었으나 미국에서 본안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안 소송일이 다가오면서 양측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본안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기선 제압에 나선 것.
독일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패튼츠은 최근 애플이 본안소송을 앞두고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기존 '갤럭시 넥서스'∙'갤럭시탭10.1' 외에 '갤럭시S2'를 포함한 31개 제품을 소송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이어 갤럭시S2에 대해서도 단일 제품이 아닌 별개의 제품으로 심리할 것으로 요구했다. 미국시장에서 판매되는 갤럭시S2의 사양과 제품명이 통신사별로 각각 다르기 때문에 별개의 제품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주장을 일축하고 즉각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미국시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갤럭시 에이스'와 '갤럭시S'는 소송 대상에서 제외시킬 것을 추가로 요구했다. 애플의 무차별적인 소송을 모두 받아들이면 소송 절차와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글로벌 최대 IT시장인 미국에서 열리는 첫 본안소송 심리라는 점은 양측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최근 미국에서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잇따라 판매금지 가처분 판결을 얻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에 관대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애플의 우세가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네덜란드에서 열린 본안소송에서 애플에게 통신특허 침해 판결을 얻어낸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항소심 판결이 아니어서 최종 판결로 볼 수는 없지만 특허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까다로운 통신특허에서 승소를 받았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미국 법원의 본안소송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전을 매듭 짓는 종착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될수록 소송을 지속할 수 있는 명분이 없어지는 데다 양사의 실익도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패소하면 라이선스 협정 등을 통한 타협이 불가피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같은 가능성도 낮다. 이미 업계 일각에서는 1년 이상 소송전이 진행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본안 소송은 애플의 텃밭이자 삼성전자의 최대 시장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10개국에서 벌이고 있는 30여건의 소송 중 가장 중요하다"며 "판결을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큰 가닥이 잡힐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