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명품 장수기업 키우자] <2> 독일 히든챔피언 장수DNA는

원천기술로 잘하는 분야만 파고 들어 일찌감치 글로벌화 "세계가 안마당"

R&D투자·교육 늘려 전문성 높여 평균 업력 61년·수출비중 62%

특수유리 제작 글라스바우 한 "30년이상 숙련공이 핵심 자산"

韓 리움·佛 루브르 등 주 고객

이자벨 한(오른쪽) 글라스바우 한 대표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장에서 진열장 특수유리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황정원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 동쪽으로 BMW 등 자동차 전시장이 밀집된 지역을 지나자 이채롭게 생긴 초록색 유리 건물이 나왔다. 특수유리 제작 전문 히든챔피언인 글라스바우 한(Glasbau Hahn) 본사다.

1829년에 설립돼 18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회사의 주력 품목은 박물관ㆍ미술관의 진열장 특수유리다. 현재 5대 CEO인 이자벨 한(Isabel Hahn)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그는 "전쟁으로 기존 건물이 무너져 당시(1945년) 대표였던 할아버지가 시 외곽에 찾아 직접 유리를 단 곳이 여기인데 이제는 시내가 됐다"고 소개했다.


200년 가까이 성장을 거듭한 비결을 묻자 "잘하는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아가며 경쟁력을 더 키운 것"이라는 짤막한 답변이 돌아왔다. 한 대표는 "기술 담당은 30년 이상, 판매영업은 20년 이상씩 근무하며 노하우를 쌓은 직원들이 기업의 가장 핵심 자산"이라며 "직원들도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회사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며 신뢰를 강조했다.

글라스바우 한의 전문성은 디자인부터 혁신적인 온도조절 시스템까지 핵심기술에 대한 수직계열화 시스템을 구축한 데서 나온다. 실제 프랑크푸르트 본사에서는 4~5개의 파트로 나눠 유리생산에서 최종 결합까지 각 공정별로 직접 생산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에 배기가스를 감소시키는 진열창 생산 기술로 BAM 인증을 받고, 독일 '365 Landmarks in the Land of Ideas'도 수상했다.


글라스바우 한 특수유리들은 우리나라의 삼성미술관 리움을 비롯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미국의 클리블랜드 뮤지엄, 중국 베이징 내셔널뮤지엄 등에 납품돼 전세계 주요 유물과 예술품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 대표는 "먼지가 들어가면 안되고, 제품 훼손 우려가 있어 화학제품이 함유돼도 안되며 온도까지 조절 가능해야 할 정도로 복잡한 제품"이라며 "수작업을 통해서 유리를 붙일 때 긁힘없이 반듯하게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 품질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베를린 연구소와 함께 도난방지 뿐 아니라 내용물이 파손되지 않고 오래 보존되는 유리칸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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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글라스바우 한의 수출 비중은 80%. 미국·중국·일본·아랍에미리트 등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30여개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독일의 전형적인 히든 챔피언인 이 회사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지난 2010년 초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독일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작고 전문화된 글로벌 기업'으로 소개한 바 있다.

이처럼 독일의 히든챔피언들은 장수기업으로 한우물만 파며 차별화된 원천기술로 세계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평균 업력이 61년, 수출비중이 62%다. 히든 챔피언들은 마이스터라는 숙련된 기술인력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한층 높여가고 있다.

120년 동안 반도체, 코팅 등에 쓰이는 진공 기술을 연구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파이퍼바큠(Pfeiffer Vacuum)'은 터보펌프 분야 글로벌 점유율 1위다.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직원 90% 이상이 진공펌프 생산 관련 직업교육 또는 고등교육을 수료해 전문성이 매우 높다.

또 전기톱 발명자인 안드레아스 스틸(ANDREAS STIHL)의 이름을 붙여 만든 안드레아스 스틸은 3대, 100년에 걸쳐 전기톱(전동모터) 한 분야에 집중한 결과 전세계 160개국을 시장으로 만들었다. 약 1조3,300억원의 매출 중 88% 가량을 수출로 벌어 들인다.

조병선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잘할 수 있는 고유한 사업분야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뽐냄과 동시에 오너가 지역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명예를 지키려는 특성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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