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100%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상장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실적이 턴어라운드하고 있는 상태에서 매각설에 따른 내부의 동요를 조속히 차단하고 자본유치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기업의 장기 이익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는 옥중에 있는 최태원 SK 회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은 그룹 경영을 맡고 있는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겸 SK이노베이션 회장과 협의해 "상장을 통한 정공법으로 기업 성장의 이익을 국민과 나누자"고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알짜기업인 SK루브리컨츠가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데뷔가 확실시된다.
SK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2일 "SK루브리컨츠는 상장을 재추진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됐다"고 말했다. 주식시장과 투자은행(IB)업계 등이 매각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데 대해 이 관계자는 "매각은 없는 일이 됐고 상장으로 간다"고 거듭 밝혔다.
SK루브리컨츠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까지 청구했지만 지난달 11일 전격적으로 매각도 검토하고 있으며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혀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하지만 나흘 후 MBK파트너스와 매각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후 SK 측은 매각을 계속 추진할지 상장작업에 다시 주력할지를 놓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MBK와의 협상 과정에서 2조5,000억원 안팎의 가격이 제시돼 IPO 흥행과 목표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 결국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매각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저유가 쇼크에서 벗어나며 국내 최대 에너지 기업으로 저력을 확인해 자회사에 대해 적정가치를 평가 받아 시장에 올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2·4분기만 7,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관계자도 "정확한 실적은 밝힐 수 없지만 영업마진이 안정화된 것은 사실이며 큰 폭의 이익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룹 경영을 맡고 있는 김 의장이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와 협의해 전격적인 매각설로 동요하는 SK루브리컨츠 임직원을 다독이는 차원에서도 매각 철회를 공식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년 6개월째 복역 중인 최 회장이 김 의장과 면회에서 "향후 그룹 경영은 정공법으로 뚜벅뚜벅 나가자"고 당부하며 "상장을 통해 기업 성장의 과실을 더욱 많은 투자자들과 나누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뜻을 피력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인수 후보인 MBK가 SK루브리컨츠 상장 절차 중간에 끼어들어 (상장 기대 가치보다) 조금 높은 가격을 제시해 SK 경영진을 흔들었지만 이후 가격과 조건을 바꾸며 신뢰를 잃으면서 (SK 측이) 매각은 어렵다는 판단을 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신사업 발굴과 재무구조 개선 등이 시급한 만큼 SK루브리컨츠 상장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재상장 작업을 개시한다면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거래소의 한 고위관계자는 "SK루브리컨츠는 여러 면에서 상장이 바람직한 선택"이라며 "재상장 추진 의사를 전달 받으면 상장심사 승인 직전에 보류된 만큼 두 달 이내에 모든 상장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