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정위도 모자라 검찰까지 기업 몰아치나

검찰이 담합행위로 적발된 SK건설에 처음으로 고발요청권을 발동해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SK건설은 이달 초 새만금방수제 건설공사에서 12개 업체와 담합한 혐의로 22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는데 이번에 검찰총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함에 따라 또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검찰은 특히 리니언시(자진신고자감면 제도) 혜택을 받은 업체에 대해서도 고발요청권을 행사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의 고발요청권은 1996년 공정위 전속고발제의 폐단을 막겠다며 처음 도입됐다. 여기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감사원과 중소기업청·조달청에도 고발요청권이 부여됐다. 공정위는 물론 웬만한 정부 부처마다 형사고발 카드를 꺼내 들고 사방에서 감시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판에 검찰까지 가세해 경영진 조사와 벌금이라는 칼날을 휘두른다면 경영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경영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만 해도 중동시장에서 입찰에 어려움을 겪는 등 해외 수주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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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행위는 시장경제질서 자체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엄벌해야 마땅하지만 사법당국의 시장개입은 그에 못지않게 신중하고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들이 최근 행정처분을 늘리는 것이나 사후 불이행에 대해서만 처벌하도록 엄격한 규정을 두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무리하게 법의 잣대만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전문기관의 판단을 거쳐 중대하고 명백한 위반행위만 처벌하도록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현행 리니언시와 충돌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부분의 담합 적발은 내부고발에 의존하기 때문에 검찰이 개입한다면 담합행위 자체를 적발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조직논리에 얽매여 무리한 기업 수사권을 발동하려 든다는 비판의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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