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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일대 중층 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이 길게는 두 달이 넘도록 별다른 이유 없이 서울시에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단지의 재건축안은 모두 용적률 상향 계획을 담고 있어 최근 강남권 재건축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는 서울시의 정책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16일 서울시와 강남권 일대 재건축 추진단지들에 따르면 지난 2월2일 서울시에 제출된 반포동 삼호가든3차와 같은 달 말 제출된 인근 서초한양아파트의 '법적상한용적률 결정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 상정도 안 된 채 계획안은 낮잠=삼호가든 3차의 경우 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법적상한선인 299%를 적용해 기존 424가구를 752가구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서초한양 역시 이보다 조금 낮은 288%의 용적률로 재건축하는 계획안을 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들 단지의 재건축안 상정 여부를 결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결정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도시계획위원회 상정을 기다리는 안건이 많아 언제 상정될지 구체적 일정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 단지 주민들은 서울시가 도계위 심의를 늦추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서초한양아파트의 안기성 재건축조합장은 "조합원 부담을 높이면서까지 서울시 정책 방침에 맞췄는데 두 달이 가깝도록 위원회에조차 상정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아파트는 전체 722가구 가운데 전용 60㎡의 소형 임대주택을 105가구 포함시켰다. 삼호가든 역시 752가구 중 17.8%인 134가구를 소형 임대주택으로 계획했다.
심의가 미뤄지면서 해당 주민들은 자칫 사업이 늦어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대상에서 배제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초과이익환수제를 2년간 유예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여서 자칫 사업이 미뤄져 유예기간 내에 사업계획 승인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용태 삼호가든3차 추진위원장은 "이익환수제 유예 적용을 염두에 두고 빠른 사업진행을 위해 주민 불만을 다독여가며 만든 계획안인데 두 달 넘게 상정이 되지 않아 입장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삼호가든3차 주민들은 이달 초 안건 상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주부 부서인 시 임대주택과에 제기하기도 했다.
◇심의 마냥 미뤄도 뾰족한 방법 없어=문제는 서울시가 심의를 무작정 미뤄도 조합으로서는 대책 없이 손 놓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국토부의 '개발행위허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위한 운영지침'에 따르면 도시계획위원회 상정 안건 처리기간을 45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지만 재개발ㆍ재건축은 지침에 규정한 개발행위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심의 지연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공약인 '임대주택 8만호 공급'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내 신규주택 공급의 60~70%가 재건축ㆍ재개발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주택 공급 확대의 상당 부분을 이들 재정비사업에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현재의 제도로는 도계위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사업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도계위의 재량권을 줄이고 분명한 원칙을 제시해야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