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급 이상의 초우량 채권에 주로 투자해 오던 채권시장의 큰 손들이 A급 이하 회사채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채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회사채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호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 채권시장이 정상화되는 전단계로 해석하고 있다.
9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농협, 국민연금, 산업은행 등 채권시장 빅3는 지난달부터 신용등급이 A급인 회사채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특히 농협은 A급 뿐만 아니라 B급도 신용을 평가해 선택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박재홍 채권운용팀장은 “국고채와의 금리 스프레드가 커지면서 지난달부터 A급을 위주로 매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의 정봉현 투자채권운용팀장도 “4월 들어 B급을 포함해 채권값이 많이 싸져 투자 차원에서 사들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같은 만기의 회사채 금리는 3월 0.6%포인트 수준에서 지난달부터 0.8%포인트 이상 벌어지기 시작했다.
채권업계는 현재 채권시장에서 이들 기관이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어서 그동안 AA급이상 초우량 채권에만 국한돼온 회사채 거래가 조만간 A급 이하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달 A급 회사채 거래현황을 보면 지난 3월11일의 SK글로벌 사태 이전의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다. 4월 한달 동안 A급(A0, A+, A-) 회사채의 거래규모는 2조9,525억원으로 지난 2월부터 3월10일까지 40일 동안의 1조9,976억원보다 오히려 1조원 가량 늘었다.
현대투신운용의 오현세 채권전략팀장은 “4월 들어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초우량채 위주에서 A급까지 거래가 확산되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 호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