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여성 제작자·감독등 맹활약 눈길'여자들을 내세워라'
요즘 충무로 제작자들에게 던져진 화두다.
최근 영화계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의 하나가 기존의 통념을 뛰어넘는 여성캐릭터를 창조한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가 그랬고, 개봉 2주만에 전국관객 330만명을 가볍게 넘기고 현재도 선두를 내놓지 않고 있는 '조폭마누라'가 단적인 예다.
근래 르레상스를 맞고 있는 한국영화산업의 앞줄에서 여성 제작자를 만나는 것이 이제 낯설지 않다.
불과 몇해 전까지만 해도 충무로에서 여성 영화인이라고는 홍보 마케팅 인력과 배우들이 거의 전부였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여성 감독이 단 한명도 없었던 데 비하면 뽕밭이 바다로 변할 만큼에 견줄만 한 변화다.
이는 성 구별을 거부하는 시대적 흐름과 함께 우리 영화계가 보다 다양한 시각의 작품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여성영화인 모임에는 현재 250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으며 연출(18명), 제작(21명), 해외마케팅(4명), 촬영(3명), 편집(3명), 조명(3명) 등 전분야에 걸쳐 맹활약하고 있다.
◇대표적 여성제작자는
대표주자로는 지난해 국내 최대 흥행작 '공동경비구역 JSA'과 '반칙왕'을 제작한 심재명 대표(명필름)와 오정완 대표(봄영화사)를 비롯 올해 '신라의 달밤'으로 여름시즌 한국영화 흥행을 주도했던 김미희 대표가 있다.
이들과 2년전 선정성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노랑머리를 만든 유희숙(유시네마대표)씨가 충무로에서 흔히 '여성 4인방'으로 일컬어진다. 여성여부를 떠나 현재 국내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제작자들이다.
모두 30대 후반인 이들은 제작자로 나서기 전 10여년간 홍보기획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었다.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
' 고양이를 부탁해' '꽃섬' '나비' '아프리카' '피도 눈물도 없이'는 모두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이다.
지난 13일 개봉한 정재은감독의 데뷔작 '고양이를‥'는 애완동물과 야생동물의 경계에 있는 '고양이'와 사회에 갓 내던져진 스무살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현재 촬영중인 '아프리카'(감독 신승수)는 우연히 권총 두자루를 손에 넣은 네명의 여자들이 펼치는 모험담을, 전도연과 이혜영이 호흡을 맞춘 '피도 눈물도 없이'(감독 류승완) 는 마초 세계에 둘러싸인 두 여자가 투견장을 무대로 벌이는 연쇄강탈극을 다룬다.
최근 캐스팅을 마친 신생영화사 메이필름의 창립작품 '울랄라시스터즈'(감독 박제현) 역시 기상천외한 댄스그룹으로 변신하는 여성 4인조(이미숙, 김원희, 김민, 김현수)의 통쾌한 활약이 주내용이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작'꽃섬'(감독 송일곤, 11월개봉예정)과 로카르노영화제 여우주연상(김호정)수상작인 '나비'(감독 문승욱, 13일 개봉)는 두편 모두 여성 내면의 상처와 치유를 다루고 있다.
◇눈길끄는 여성감독들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27일 개봉하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를 비롯 10여명의 여성감독이 현재 촬영중이거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1956년 여성감독 1호 박남옥의 데뷔이후 98년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정향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간간이 여성감독들이 작품을 발표한 적이 있었지만 올해처럼 한꺼번에 작품을 쏟아내기는 처음이다.
촬영중이거나 크랭크인을 앞둔 여성감독의 작품은 이미연의 '버스정류장'을 비롯해 이정향의 두번째 영화 '집으로', 박찬옥의 '질투는 나의 힘'등. 준비중인 영화로는 이미례가 10년만에 내놓은 산악물 '하얀 능선' 이수연의 '4인용 식탁'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로 잘 알려진 변영주의 극영화 데뷔작'내 생애 단 하루뿐인 특별한 날' 영화배우 방은진의 감독 데뷔작 '떨림' 김은숙의 '빙우'등이 있다.
박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