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가신용 사실상 환란前수준 회복

■ 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3으로 상향"한번에 두단계" 보수적 무디스론 파격 무디스(Moody's)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국제평가가 외환위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가신용등급의 A등급 회복은 외환위기로 투기등급까지 떨어졌다 지난 99년 투자적격등급을 회복한 것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번에 얻게 된 A3등급이 외환위기 전인 A1보다 두단계 아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97년 하반기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신용평가가 엄격해지고 등급 역시 거의 일률적으로 하향 조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기 전 수준을 완전 회복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 두단계 상향조정 의미 국가신용등급이 한꺼번에 두단계나 올랐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무디스는 S&P사와 피치사 등 3대 신용평가회사 가운데 가장 보수적이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회사. 한국에 대한 평가에서도 가장 인색했었다. 무디스사가 국가신용등급을 두단계 올린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인색하다. 2월 한국을 방문했던 무디스 평가단도 A등급으로의 격상을 바라는 국내 관계자에게 "무디스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한국의 등급이 두단계 오를 가능성은 0.1%도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정부와의 연례협의 후 한달 만에 결과가 나왔다는 점도 파격적이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협의 이후 최소한 2개월이 걸리는 게 통례다. 시장에서도 상향 조정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그것도 두단계나 오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 왜 올랐나 무디스는 발표문을 통해 크게 세가지 이유를 꼽았다. 한국의 경우 ▲ 외환보유고의 지속적 확충과 대외부채의 감소로 대외부문의 안정성이 크게 강해졌으며 ▲ 다원화된 경제구조로 지난해 세계 경기침체에도 국제수지가 건전성을 유지했고 ▲ 신축적인 외환정책과 균형성장정책으로 지속적인 안전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또 한국의 지속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정부의 노력도 크게 작용했다. 2월6일 무디스는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상향 조정 검토를 발표하면서 "이는 3개월 내에 등급이 한계단 오를 수 있는 확률이 70~80% 정도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우리 정부는 재정경제부는 물론 금융감독위원회ㆍ기획예산처ㆍ한국은행까지 나서 '국제경제ㆍ금융환경과 한국의 위상에 걸맞는 대우'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특히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20일 무디스 본사를 찾아가 "외평채나 산금채가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선진국 금리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는 등 시장에서는 이미 한국을 A등급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며 '등급의 조속한 두단계 상향 조정'을 촉구했다. 무디스는 이로부터 1주일 만에 등급 상향 조정을 발표한 것이다. 권태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캘리포니아 연기금 등 미국 내 주요 투자자들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간주하고 모건스탠리지수도 이에 따르는 등 변화하고 있는 시장 내 인식을 무디스가 반영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 기대 효과는 국가신용등급 A 이상인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가 받는 대접은 크게 차이가 난다. 국가신용이 A등급을 되찾음으로써 국내 은행들이 해외거래시 부담하는 각종 보험료가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지게 됐다는 점은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의 위력을 상징적으로 설명하는 대목이다. 당장 산술적으로만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차입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재경부는 국가신용등급이 한등급 오를 때마다 차입금리가 35bp(basis pointㆍ0.35%) 가량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회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외환위기 당시 세계은행으로부터 비싼 금리와 대가를 치르고 차입한 23억달러를 상환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효과까지 따지면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우선 국가의 등급이 높아지면 시중은행과 기업의 신용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기가 그만큼 편해지고 이는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국제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대상을 물색할 때 기본으로 삼는 게 신용평가사들이 내리는 평가등급이라는 점에서 이번 상향 조정은 한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높아지고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900선을 돌파해 1,000고지를 바라보고 있는 주식시장에는 둘도 없는 중장기 호재로 평가된다. 권홍우기자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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