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상 적자 인니·태국 등 비중 줄이고 선진국으로 눈 돌려라

인도발 아시아 금융 리스크 고조… 투자 전략 어떻게<br>다른 신흥국가로 확산 우려… 포트폴리오 적극 조정을<br>한국 환율·펀더멘털 안정 되레 투자매력 커질 수도


지난 3월 동양증권이 국내 최초로 판매한 인도 국채에 10억원을 투자한 자산가 강모(48)씨는 요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인도 루피화 가치가 최근 5개월간 16% 넘게 급락하면서 채권평가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 인도 국채는 토빈세가 없었던데다 잔존 만기가 1년밖에 안 되고 6개월마다 연 7% 수준의 금리를 제공해 저금리에 지쳐 있던 강모씨에게 구세주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루피화 가치가 현 상태로 간다면 만기까지 채권 이자를 챙긴다고 하더라도 1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봐야 한다.

강씨뿐만이 아니라 이머징 국가 상품에 뭉칫돈을 쏟아부은 투자자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다. 9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시화로 이머징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면서 손실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


국내 전문가들은 이머징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본격화되며 단기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이들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신 최근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고 투자 국가를 다변화하는 등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이머징 국가 투자자들은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 등 관련 뉴스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채권 비중을 낮추는 등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며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 상황이 호전되고 있어 이들 시장에 대한 투자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도 위기의 본질이 양적완화 이후 몰려든 외국인 자금 이탈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온삼현 KB자산운용 해외운용본부장은 "인도의 위기는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경제성장 둔화 우려 확산, 인플레이션 압력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최근 해외 송금 제한 조치와 금리 인상 우려 등이 나오며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을 촉발해 루피화가 급락한 것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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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적자에도 달러 유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인도 경제를 지탱해왔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인도에서 촉발된 위기가 다른 신흥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인도네시아나 태국 등 경상수지 적자 국가가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유재성 삼성자산운용 홍콩현지법인장은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액이 외채의 45%밖에 안 돼 환율 방어 능력이 떨어져 취약한 편"이라며 "자금 이탈이 계속되면 환율의 추가 하락, 외환보유액 축소의 악순환 고리에 빠져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머징시장에 대한 글로벌 헤지펀드 등 핫머니가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이머징시장의 상황이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상황과 비교할 때 심각하지는 않지만 헤지펀드의 영향력은 훨씬 커졌기 때문에 이를 위험 변수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촉발된 아시아 신흥시장의 위기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한국의 안정적인 펀더멘털로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다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이머징시장의 자금 유출로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 센터장은 "한국은 최근 4개 분기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환율도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양적완화 축소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 대한 자동차, 정보기술(IT)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시장에 긍정적이어서 이머징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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