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고용절벽에 지구촌 청년들 앓고있다

유럽 등 경기 살아난다지만 2030세대 일자리 되레 줄고<br>세대간 기득권 싸움까지… 글로벌경제 발목 잡을 수도

일자리 어디 없나,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닉대 건축학과 졸업반인 두 청년이 지난달 말 학내에 설치된 구직·구인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는 전공을 살려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해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밀라노=이혜진기자


"한달에 1,000유로(약 150만원)를 벌 수 있다면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꿈의 직장이죠. 이제는 500유로·700유로짜리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워요. 청년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이탈리아 청년들의 삶을 조명한 책 '1,000유로 세대'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안토니오 인코르비아(38)씨의 말이다. 최근 유럽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나 심각한 청년 문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인코르비아 역시 책을 낸 지 8년이 흘렀고 마흔을 앞뒀지만 생활은 그때와 별다를 바가 없다.


청년 문제, 특히 고실업 문제는 유럽의 가장 골치 아픈 현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조차 최근 저출산과 실업청년층 증가로 유럽이 지쳐가고 있다고 우려했을 정도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8개국 내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1·4분기 기준 22.7%다. 이는 전분기의 23.1%에 비해 소폭 낮아진 수치지만 2007년 말의 15.2%에 비해서는 여전히 7.5%포인트 높다. 유럽 청년 고실업의 일차적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경기침체다. 이 같은 경기순환적 요인에 글로벌화에 따른 제조업 이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 저성장, 기성세대 위주의 복지 및 보호제도, 고비용·저효율 교육제도 등이 얽히면서 해법도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유럽의 청년 실업률은 23%로 성인 실업률 9.5%에 비해 13.5%포인트나 높다. 두 그룹 간 실업률 격차는 2007년 9%포인트에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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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세계 성인과 청년 간 실업률 격차는 올해 8.5%포인트로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던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1980~2000년에 태어난 세대를 '위기의 세대'로 지칭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한 청년세대는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장기 실업자로 노동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WEF는 "예전에는 교육이 계층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으나 이제는 인력시장 미스매치를 초래하고 청년들에게 출발부터 과도한 빚 부담을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구조 변화 역시 청년을 둘러싼 경제·정치·사회 지형을 바꾸고 있다. 유엔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에서 생산가능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는 2015년을 정점으로 갈수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저성장 구조가 고착되는 '인구 오너스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니트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겐다 유지 도쿄대 경제학 교수는 "좌절한 청년들 사이에서 사회적 고립과 무기력증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야기하고 경제 전반의 활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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