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호 주 유엔 북한대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남한에 유엔사령부를 그대로 두고 핵위협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핵억제력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무장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신 대사는 남북 당국간 회담재개에 대해서는 "남한 측에서 무산된 남북대화와 관련해 조건을 철회하지 않는 한 재개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 같은 발언은 한∙미∙일 3국 6자회담 수석대표의 지난 19일 워싱턴 회동 직후 나온 입장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한∙미∙일은 향후 북한과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핵실험 유예 등을 골자로 한 '2.29 북미 합의' 보다 한 차원 높은 의무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외에 오는 27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중국측에 “핵무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유엔군의 한국 주둔과 대북 제재 모두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하며 북한의 이번 발언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 또한 "이번 회견은 북한이 늘 주장하는 내용이고 경청할 만한 이야기는 없었다"면서 "대사가 직접 나선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더 주목받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북핵 문제를 의논하기 위한 6자회담의 재개도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북측의 태도 변화 없이는 대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또한 이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6자회담의 경우 의장국인 중국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북∙중 양국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이 6자 회담 재개를 망설이게 하는 부분이다.
다만 다음달 2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이 대화재개를 위한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회의에는 한반도 주변 4강(强)을 포함해 남북 양측의 외교수장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 합의문이 나올 경우, ARF를 탈출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