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교 울타리 넘어 지역사회로… 대학은 나눔 축제중

인기 연예인 공연서 벗어나<br>청소노동자·지역 상인들 초청<br>암환자 돕기 바자회도 열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는 18일 학생들과 미화·경비노동자, 교환학생 등이 함께하는 한마음체육대회가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한 학생이 미화노동자와 함께 게임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류효진기자

"골라 보세요. 청바지부터 티셔츠, 시계까지 없는 거 빼고는 다 있습니다." 18일 축제가 한창인 서울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에서 붉은 조끼를 입은 학생들이 물건을 파는데 여념이 없었다. 광장 한 켠에서 진행되는 이 나눔 바자회는 학생들이 기부한 물건들을 팔아 소아암 어린이 2명을 돕는 행사다. 행사를 진행하는 조주현(26)씨는 "물건을 사는 것만으로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연예인 공연 등이 주를 이루던 대학축제가 학교 울타리를 너머 교내 다양한 구성원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함께 할 수 있는 나눔축제로 바뀌고 있다. 고려대는 학교 사회봉사단을 주축으로 나눔캠페인 '함께하는 축제-KUSSO 한마당'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체 제작한 텀블러(보온컵)를 반값에 판매해 수익금을 소아암 환자를 돕는 데 쓸 계획이다. 텀블러 제작비용은 지난 3월 교우들에게서 기증받은 폐전자기기를 팔아 마련했다. 이밖에도 학생들은 공정무역 제품 판매, 나눔 바자회 개최 등을 통해 성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연예인 공연과 기업 홍보가 주가 된 과거 축제를 넘어 학생과 청소노동자, 지역 상인들까지 다함께 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홍대 청소노동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후 열린 올봄 대학 축제에서 여성 청소노동자나 경비원들과 함께하는 행사가 잇따른 것도 눈에 띈다. 숙명여대는 교내 청소노동자, 경비원과 학생들이 서로 대화 나누고 어울릴 수 있는 '사랑의 밥짓기'행사를 준비했다. 이화여대는 미화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300인분의 밥을 비벼서 나눠 먹는 '이화인 한솥밥 먹기' 행사를 열었고, 서강대는 여성 청소 용역 노동자 50여명을 초청해 '어머니들과 함께하는 사랑의 밥짓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박갑순(57) 서강대 미화원 분회장은 "맨 처음 학생회에서 행사에 참여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깜짝 놀랐고 마음이 매우 흐뭇했다"며 "비록 학교에서 청소를 하고 있지만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게 됐다"고 기뻐했다. 지역주민을 위한 행사도 마련됐다. 성균관대는 뮤지컬 공연에 저소득층 청소년 32명을 초청해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진가영 성북구 청소년수련관 교사는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다. 공연 같은 것을 접하기 쉽지 않은 아이들에게 이런 행사는 좋은 기회"라고 흐뭇해했다. 고려대는 상인들과 함께 학교 주변 재개발 문제를 알리기도 했다. 상인들은 학생들에게 김치전을 나눠주며 재개발 문제를 설명하고 서명을 받았다. 16~17일 이틀 동안 받은 재개발 반대 서명이 무려 1,800명에 달하는 등 학생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김수진(27ㆍ정치외교학과)씨는 "종이컵에 직접 김치전을 담아 나눠주길래 어떤 행사인지 궁금했다.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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