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새해 첫 달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중국 시장에서 새롭게 기치를 내건 '현대를 통해 미래로(現代到未來)'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기아차 역시 신차 효과와 중국 전용 모델을 무기로 빠른 속도로 중국 시장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다만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의 파상공세가 심해지고 있는 것은 여전히 부담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공격적인 품질경영과 더불어 스포츠·문화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강화로 일본차의 공세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4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양사의 중국 법인인 베이징(北京)현대와 둥펑위에다(東風悅達)기아의 판매량은 각각 11만5,198대, 6만26대로 총 17만 5,224대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의 월간 판매량이다.
현대·기아차는 베이징현대의 '밍투(名圖)' '싼타페' '랑둥(朗動·아반떼MD)', 둥펑위에다기아의 'K3' 등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으로 분석했다.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베이징현대의 경우 베르나(액센트·2만5,097대), 랑둥(2만3,295대), 위에둥(悅動·1만7,600대), 투싼ix(1만4,530대), 밍투(1만1,749대) 등이었다. 특히 밍투는 출시 이후 2개월 연속으로 판매량이 1만대를 넘으면서 베이징현대의 중대형차 판매 신장을 견인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밍투 덕분에 지난해 베이징현대의 중대형차 판매 비중이 40%를 넘어섰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신형 제네시스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출시되면서 판매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둥펑위에다기아의 인기 차종은 K3(1만5,041대), K2(1만3,760대), K5(5,459대), 스포티지R(8,829대) 등이었다. 이들 4개 차종은 전체 판매량의 71.8%를 차지했다. 또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출시될 K3 5도어 모델과 중형급의 중국 현지모델도 둥펑위에다의 판매량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엔저를 업은 일본차와 현대·기아차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브랜드와 품질 강화로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베이징현대는 '현대도미래'라는 새로운 슬로건 아래 브라질 월드컵·아시안게임 등과 관련된 스포츠 마케팅과 뮤지컬 후원 등의 문화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둥펑위에다기아 역시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탁구·테니스 등을 중심으로 스포츠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도 베이징현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제3공장 증설을, 둥펑위에다기아는 제3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적절한 물량 공급과 판매·서비스망 정비 등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에서 전년보다 8.4% 늘어난 171만대(베이징현대 108만대, 둥펑위에다기아 63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중국 승용차 시장의 규모는 1,692만대로 전망되며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10.4%였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도 지난달 사상 최대의 1월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4만4,005대를, 기아차 미국법인은 3만7,011대를 팔았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1%, 2.7%로 높지 않은 수준이지만 도요타(-7.2%)나 혼다(-2.1%)가 예상보다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 비하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