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직원 김모(34)씨는 요즘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가진 그는 금감원에서 경력을 쌓은 뒤 금융회사로 옮겨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맡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금감원 4급 이상(5~6년차 선임조사역) 직원에 대해서도 재취업을 제한하려고 하자 '발목이 잡히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 중이다. 마찬가지로 금감원에 관심을 두고 있는 변호사나 CPA 등 외부 전문가들도 취업제한이라는 복병을 만나 눈길을 돌려야 할 상황이다. 금융 당국 내부에서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입사 5~6년차부터 취업제한을 두게 되면 사실상 외부 전문가의 영입을 막게 된다"며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금감원의 방침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저해하는 셈"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각종 비리와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로 고개 숙인 금감원 직원들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홈쇼핑업체와 대형 보험대리점의 준법감시인이 상당수 금감원 출신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를 떠난 지 4~7년이나 지난 퇴직자까지 금감원이 어찌하겠느냐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도 금감원 출신을 대체할 전문인력을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금감원 출신 퇴직자 만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도 십수 년의 경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전문가를 배제하는 건 인력 낭비"라는 얘기다. 분명 금감원이 큰 잘못을 저질렀고 여론의 지탄을 받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젊은 직원의 앞길을 막는 건 옳지 않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에도 위배된다. 금감원 퇴직자들의 거취도 마찬가지다. 금융회사가 해당 분야 전문가를 스카우트하는 길마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감정에 치우친 억지에 불과하다. 퇴직한 지 7년이 지난 직원이 준법감사인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낙하산'으로 몰아붙이는 지적도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금감원이라는 조직을 편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의 앞길을 막고 이미 퇴직한 직원들의 일자리마저 뺏어야 한다는 여론몰이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