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수출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과의 수교 12년 동안 얻은 특수가 앞으로 3~5년이면 끝난다는 극단적인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의 기술이 한국을 바짝 다가오고 있다는 점, 일본이 중국과의 교역에 적극 나서 한국의 과실을 따먹으려 한다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도 장기적으로 중국과 교역이 아무리 늘어나야 수출에 따른 선순환 효과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출이 늘어나면 국내에 공장을 짓거나 설비를 증설해 고용이 늘고 임금이 발생해 내수기반이 확대되는 게 통상적인 경제흐름이었다. 지난 60년대 초반 경제개발에 나서며 ‘수출입국’의 기치를 내건 것도 이러한 선순환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과의 교역에서는 이런 구도가 불가능하다. 국내 설비를 뜯어 중국으로 이전하는 탓이다. 국내 제조업 공동화와도 관련이 깊다. 그런데 통계에는 고스란히 대중국 수출로 잡힌다. 수출이 늘면 오히려 국내 설비와 고용이 구조적으로 감소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재정경제부와 관세청 등은 관련 통계 공개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으나 학계에서는 전체 대중국 수출의 5~8%를 설비이전으로 보고 있다.
설비이전에 따른 부작용은 부메랑 효과까지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에서 돌아가던 공장이 중국으로 가버려 수입증가 요인으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국내기업의 설비를 해체해 중국으로 이전할 경우 당해연도뿐 아니라 설비와 관련된 소재와 부품도 내다 팔 수 있는 2~3년 동안 수출이 늘어난다”며 “그후에는 지속적인 수출을 기대할 수 없고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한국시장에 몰려와 시장기반을 무너뜨리는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수출은 지금이 정점일 수도 있다”는 경고를 덧붙였다.
중국의 급성장에 따른 반사이익을 계속 누리기 위한 대안은 기술격차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비관적이다. 정부와 기업이 연구개발(R&D)투자를 게을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문형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국내의 뿌리를 뽑아 중국에 진출하면서 연구개발투자에는 소홀하다”며 “마치 우등생이 지방에 가서 공부를 하다 보니 열심히 할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그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ㆍ유럽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술집약형 중견기업 육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물론 낙관적인 견해도 있다. 김석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기업들이 중국으로 들여가는 기계설비의 비중은 높지 않으며 한국이 중국에 부품을 대주고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저부가가치 수출품을 생산하는 구조는 적어도 10년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계론이 과장됐다는 말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은 기술 측면에서 중국에 조금이라도 앞서 있는 현 상황에서 빨리 앞서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 노력은 점수를 주기 힘든 상황이다.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고 정부는 기업의 의욕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상호 불신만 심해지는 판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