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 구리 토평지구 '떴다방 천지'

『구리지역 500만원짜리 청약통장이면 1,700만원에 팔아드리겠습니다』『당첨만 되면 3,000만원 프리미엄은 보장할 테니 연락주십시오.』휴일인 28일 오후 구리 토평지구 K사의 모델하우스 앞. 건장한 체구의 젊은이들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접근, 휴대폰 번호만 적힌 명함과 전매안내 팸플릿을 돌리며 손님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이른바 「한강 조망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수도권 최대 유망지역으로 떠오른 구리토평 택지개발지구 분양현장은 실수요자들은 배제된 채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꿈꾸는 사람들과 이들을 부추겨 「한건」 하려는 부동산업자들이 어우러진 「투기판」으로 변질됐다. 주말을 이용해 이곳 모델하우스를 다녀간 사람은 약 8만명. 모델하우스 앞 2차선 도로는 하루 종일 극심한 혼잡을 이뤘다. 당초 주차장으로 사용키로 했던 모델하우스 앞마당은 잡상인과 투기지역을 찾아다니는 임시중개업자인 「떴다방」이 점령한 상태. 음식을 파는 50여개의 포장마차와 중개업자들의 파라솔이 뒤엉켜 있으나 모델하우스를 연 주택업체들은 이들과의 마찰을 우려해 수수방관하고 있다. 현장 부근의 상가건물 1층은 「떴다방」이 전세를 내다시피 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10여곳에 불과하던 이 지역 중개업소는 최근들어 50여곳으로 늘어났다. 사무실도 없이 승합차나 파라솔만 설치한 떴다방까지 합치면 토평 일대에는 어림잡아 300여명의 「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의 농간으로 구리지역 청약통장값은 분양일이 가까울수록 계속 치솟고 있다. 60평형을 청약할 수 있는 500만원짜리 통장은 프리미엄만도 1,200만원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40평형에 입주할 수 있는 300만원짜리 통장의 프리미엄은 700만원. 이달초보다 200만~300만원이 오른 가격이다. 오는 4월1일로 예정된 청약일까지는 더욱 값이 오를 전망이다. 구리지역 통장 20여개를 확보했다는 한 「떴다방」 업자는 『일부는 되팔고 대형아파트에 10개 정도는 직접 청약할 계획』이라며 『절반만 한강이 보이는 쪽으로 당첨돼도 1억원 이상은 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서울 강남의 큰손들로부터 청약통장 수십개를 확보해달라는 부탁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일반인들도 내집마련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번 기회에 「한탕」할 수 있을까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서울 광진구에 산다는 金모씨는 『6년 된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이 찬스인 것 같다』며 『60평형 아파트를 당첨받으면 좋은 값에 팔겠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권 전매를 알선한다는 떴다방의 명함 수십개를 내보였다.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일당 3만원을 받고 모델하우스 개관일인 지난 26일부터 광고전단을 돌리고 있는 아르바이트 학생 김경수(金敬洙·21)씨는 『여기 오는 사람들은 돈을 너무 쉽게 벌려고 한다』며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실수요자는 20~30%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통장전매 등 불법행위를 단속해야 할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구리시 관계자는 『청약통장 매매는 명확한 불법행위지만 토평지구 업무담당자가 한명뿐이어서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투기조짐을 보이고 있는 구리·용인 등 수도권 일부지역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당분간 실력행사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감시는 하겠지만 투기조사까지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토평지구의 분양열기는 규제완화를 통한 건설·부동산경기 활성화라는 정부의 정책목표 달성효과와 함께 한탕주의 및 극심한 투기현상 등 부작용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학인·최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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