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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이 LG전자 지분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갑작스럽게 퍼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전자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부인하고 나섰지만 최근 이어지는 LG전자의 사업 부진과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 등이 묘하게 맞물리면서 소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만큼 LG전자에 현 상황을 획기적으로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욕구가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시장에는 구글이 LG전자의 지분 35%(약 2조5,000억원)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현재 LG전자는 ㈜LG 34%, 국민연금 6%, 자사주 0.5% 등으로 지분 구조가 형성돼 있는데 소문이 실제로 현실화하면 구글은 단숨에 지주사인 ㈜LG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져 나가자 LG전자는 이례적으로 즉각적인 해명에 나섰다.
LG전자 측은 "지분 매입과 관련해 구글과 소통한 바가 없다"며 "루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LG전자와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개인주주임을 감안할 때 35%의 지분에 대한 블록딜 매매 성사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같은 정황과 회사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LG전자 인수설(說)'을 단순한 루머로 치부하기에는 흘러가는 상황이 묘하다.
우선 LG전자는 올 들어 좀처럼 실적 개선의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실적 부진을 늪을 헤매고 있다.
글로벌 시장 여건이 안 좋은 TV 부문에서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은 물론 믿었던 전략 스마트폰 'G4'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 올 2·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0%가량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분간 실적 하락세를 단숨에 바꿔줄 '게임 체인저'도 눈에 띄지 않아 사업 부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하필 구글이 LG전자 지분 인수의 주체로 거론된 것과 관련해서도 무성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우선 구글과 LG전자는 글로벌 IT 기업 중에서도 스마트카 분야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2013년 VC(자동차 부품)사업본부를 신설한 LG전자는 아직까지 이 분야에서 큰 폭의 이익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메르세데스벤츠·폭스바겐 등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하나둘씩 열매를 맺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전자는 올 초에 구글이 한창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에 배터리팩을 단독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배터리팩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 미래차의 핵심 부품이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자사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TV인 '올레드 TV'에 대해서도 구글과의 협약을 체결하며 협력 분야를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구글과 '올레드 TV 디지털 마케팅 협력 선포식'을 갖고 공동 마케팅을 통해 전 세계 시장의 1억명에 달하는 잠재고객을 공략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올레드 TV는 LG전자가 홀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분야로 갈수록 악화되는 TV 부문의 실적을 만회해줄 고수익 제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와 함께 모바일 분야에서도 LG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페이' 바탕으로 간편결제 솔루션을 탑재한 스마트폰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의 사업 부진과 스마트차 등 최근 들어 부쩍 강화되고 있는 구글과의 협업 사례가 그럴듯하게 맞물리면서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