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 기회로"… '강경' 일변도서 변화 예고

■ MB정부 '김정은 시대' 대북 정책은<br>이희호 여사 등 조문이어 민간 조전 발송도 허용<br>"北안정 우선 바란다" 김정은 체제도 사실상 인정<br>천안함 사건 등 해결 안돼 급격한 화해무드는 힘들 듯


이명박 정부 이후 집권 4년차가 지나도록 변함이 없던 남북관계 기조가 변하고 있다. 22일 이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밝힌 "남북관계의 유연한 대처"라는 말은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이후 강경 일변도로만 흐르던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또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말도 이 대통령이 집권 이후 그동안 쏟아낸 대북 발언 중 가장 유연한 말인 동시에 향후 남북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스탠스 변화를 예고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후 보여준 정부의 태도도 남북관계 기조가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지난 20일 북한 주민에게 '완곡한(또는 우회적) 조의'를 전달했으며 북측 조문을 받았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故) 정몽헌 전 현대 회장의 유족에 한한 답방 조문과 민간의 조전 발송도 허용했다. 북측은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회장의 방북 조문을 받아들였고 최종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야권과 재야통일단체에서는 민간의 조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천안함ㆍ연평도에 대한 사과 없이 남북관계 변화는 없다"는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 원칙에서는 방북 조문 허용은 상당히 유화적인 변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와 이날 이 대통령의 배경 설명에는 '김정일 조문 정국'을 계기로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어보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후계 체제에 대해 사실상 인정한 점도 주목된다. 과거 세습지도 체제에 대한 비판보다는 북한의 안정을 우선 바란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계한 말이기는 하지만 간접적으로는 김정은 체제가 서둘러 안정돼 남북관계 개선의 파트너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5월 독일 방문 당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과 대화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그런 상황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에 대해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현재는 김정은 후계 체제에 대해 자극보다는 유연성을 갖고 접근하자는 시각이 많다"며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우리 정부가 대북 정책 기조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남북관계에 대한 유연한 태도가 바로 남북관계 해빙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두 사건에 대한 최고 책임자인 김 위원장이 사망했지만 그동안 정부가 공언했던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하루아침에 접기에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 주무부서인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여전히 천안함ㆍ연평도 사건과 김 위원장 사망과의 관계에 관해 "별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정부는 대북 정책 기조의 원칙은 지키되 사안별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적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문호를 개방하면 국제사회와 함께 안전을 보장하고 대규모 지원을 하겠다는 '북핵 일괄타결(그랜드 바겐)' 비전에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북한이 당장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만큼 우리 정부의 대북 대응 역시 현격하게 수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북 기조에) 변화는 없다"면서 "유연할 여지가 있다는 대통령 발언은 앞으로도 조문 문제 등을 정치권과 논의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 사망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산가족 등 인도주의적 문제를 매개로 대북 식량지원 같은 적극적인 카드 제시를 주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현재 남북관계는 불안정ㆍ불투명성ㆍ불가예측 등 세 가지 요소가 공존하고 있다"면서 "위기적 요소가 있지만 위기보다는 기회 쪽으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기존 방법론적 유연성에서 전략적 유연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대화에도 시기가 있으며 시기를 놓치면 상당 기간 어려우니 각종 정치적 일정이 시작되는 내년 2월에 앞서 1월께 적극적으로 대화 제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은 아닐지라도 차기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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