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학기술 공약과 실천

새 세기의 첫번째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다. 각 후보는 연일 전국 곳곳을 누비며 유세를 펼치고 있고 각종 언론매체의 토론회 등에 참석해 각자가 생각하는 정책과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우여곡절의 긴 과정을 겪은 탓인지 오히려 지금이 선거전의 막바지라는 느낌이다. 이제 우리는 보름만 지나면 새 시대를 이끌어갈 새 주인공의 환한 웃음을 보게 된다. 그는 과연 누구일까. 오는 12월19일 늦은 밤 만면에 득의의 미소를 띄우고 국민들 앞에 양팔을 번쩍 치켜올릴 승리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것이 누구인가 보다는 그가 과연 어떤 대통령이 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을 뽑았다는 것이 무슨 큰 일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일의 작은 시작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 대통령으로 뽑힌 사람이 지금 어떤 사람이냐 보다는 그가 앞으로 어떤 국가수반이 될 것인가에 더 관심을 둬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불행하게도 건국 이래 우리 국민들은 처음과 끝이 같은 지도자를 가졌던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연 우리에게 처음과 끝이 같은 대통령, 처음 한 말을 끝까지 일관되게 지켜가는 그런 인물이 출현하게 될까. 그리해 앞으로 5년 뒤 임기를 끝낼 무렵 "아! 그래, 이 사람을 찍기를 잘 했어."하는 느낌을 주는 대통령, 그 처음은 미미했을지 몰라도 그 끝은 참으로 장대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을 과연 가질 수 있을까. 그런 대통령이 있다면 그런 지도자가 나온다면 그 이름은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과학기술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국가의 장래가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는 점에 수긍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 출마한 후보들도 모두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는 상당한 수준인 것 같다. 그리고 최근 과학기술 관련단체가 주관한 정책토론회 자리에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여러 가지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만하면 과학기술 대통령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그런데 각 후보들이 내놓은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과학기술 진흥을 최대의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해나가며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과학기술 관련요직을 신설하고, 과학기술인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등등 여러 가지 약속과 의지를 밝혔지만 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학기술에는 진보나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고 내 당과 네 당이 나뉠 수 없으며 정략이나 정쟁거리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확대와 정책치중은 과학기술계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공동의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 공약은 선언적 의미보다 실천적 의미가 크고 특정 이해집단보다는 진정한 전체를 위한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내놓고 있는가가 아니다. 그 내용들에 별로 새로운 것도 없다. 새 것이 없다는 것은 다 해본 것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동안 과학기술계에서 너무나 자주 부르짖어온 것들, 즉 '헌 것'들이지만 시행이 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역시 실천인 것이다. 과학기술계의 오래된 '헌 공약'일지라도 실천만 되면 그것은 '새 대통령의 새 공약'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 대통령이 될 사람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실천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공약 내용은 화려할지 몰라도 과연 그것들 중 얼마나 실현될 것인가. 지금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새로 뽑힌 사람이 과연 지금의 약속들을 변함 없이 충실히 이행할,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대통령이 될 것인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누가 되든 과학기술인들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은 제시된 공약을 제대로 지키려는 대통령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김정덕<한국과학재단 이사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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