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적 유머의 웨스턴 영화연상80년대 말 희망없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린 '동정없는 세상'(89년)으로 세자르상 신인 감독상과 베니스영화제 비평가상을 잇따라 거머쥐었던 에릭 로상 감독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천재감독이다.
삶에 대한 애착도, 꿈도 희망도 없는 `허무주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첫영화에서처럼 10여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도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흐름은 여전히 허무다. 세상 역시 피도 눈물도 없이 가혹하게 그려져 있을 뿐이다.
그의 신작'토틀웨스턴'은 80년대 중반 '첩혈쌍웅'으로 홍콩 느와르의 붐을 주도했던 오우삼의 비장미 넘치는 총격신 그리고 서부극의 고전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등의 웨스턴 영화를 연상케 하는 오락 영화다.
황량한 벌판을 무대로 삼았는가 하면 갱들이 등장할 때마다 서부영화의 전유물인 `빠바밤∼' 식의 멜로디가 흐른다.
로상은 전작 처럼 이번 작품 역시 희망없는 마피아 갱단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된 소년원생들을 등장시키고, 그 속에서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한다.
갱단의 일원인 제랄드(사무엘 르 비앙)는 마약 거래 중 예기치 않게 벌어진 총격전에서 혼자 살아 남는다. 이에 따라 거액이 든 돈보따리를 혼자 차지하게 된 그는 갱단의 추격을 피해 외딴 시골 마을에 있는 청소년 감화원으로 몸을 숨긴다.
갑작스런 그의 등장으로 평화롭던 감화원은 묘한 긴장감에 휩싸이고 `뭔가 있어보이는' 제랄드는 비딱한 그 곳 아이들 사이에서 불만의 표적이 된다.
그러나 갱들이 감화원으로 들이닥치자 제랄드와 아이들은 합심해 `갱소탕 작전'을 수행한다.
특별한 줄거리나 반전은 없다. 총격전이 영화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긴장감 넘치는 액션과 쏠쏠한 유머가 곁들여져 있어 영화 보는 재미가 있다.
죽기살기로 뛰어 갱을 따돌리는 흑인 마라톤 선수나 `한 판 붙어보자'며 중무장한 채 갱단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어이없는 죽음을 맞는 전직 군인 출신의 이웃집 사람 등 우스꽝스러운 주변 캐릭터들이 단선적인 줄거리를 커버한다.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상영작이다. 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