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에 의하면, 스우켄 출판(본사 도쿄 소재)은 지난해 11월20일 자사의 현 고등학교 공민과(사회) 교과서 3종의 기술 내용에서 ‘종군 위안부’, ‘강제연행’ 등 표현을 삭제하겠다며 정정신청을 냈고, 문부과학성(교육부)은 지난달 11일 이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스우켄 출판의 고등학교 ‘현대사회’ 2종, ‘정치·경제’ 1종 등 총 3개 교과서에서 ‘종군 위안부’, ‘강제연행’ 등 표현이 삭제된다.
스우켄 출판사의 기존 ‘현대사회’ 교과서에는 “1990년대에 제기된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종군위안부 문제, 한국·조선 국적의 전(前) 군인·군속에 대한 보상 문제, 강제연행·강제노동에 대한 보상문제 등 일본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미해결 문제가 있다”고 기술돼 있다. 출판사는 이 기술을 “1990년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으로부터 피해를 본 개인이 ‘개인에 대한 보상은 해결되지 않았다’며 사죄를 요구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재판을 일으켰다”로 변경했다. ‘군 위안부’와 ‘강제연행’이라는 단어를 삭제했을 뿐 아니라 일본의 전쟁 책임 문제를 열거한 내용을 통째로 없앤 동시에 일본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전쟁 책임 문제가 남아 있다는 기술을 덜어낸 것이다.
또 스우켄 출판사는 “전시(戰時) 중에 이뤄진 일본으로의 강제연행과 종군위안부 등에 대한 보상 등 개인에 대한 여러 전후 보상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정치·경제’ 교과서 기술을 “한국에서는 전쟁 중에 일본으로부터 피해를 본 개인이 사죄를 요구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재판을 일으키고 있다”로 바꿨다. 이는 일본의 전쟁 책임과 관련한 논란을 ‘한국 내 개인 피해자들 주장’으로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 내용이 수정된 스우켄 출판 교과서 3종의 점유율은 1.8∼8.7%라고 요미우리는 소개했다.
현재 고등학교 교과서는 4년마다 한 차례씩 진행되는 정기 교과서 검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개별 교과서 출판사는 기술 내용에 오류가 있거나 사실 관계에 변화가 있으면 교과서 기술 내용의 정정을 문부과학성에 신청할 수 있게끔 돼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스우켄 출판이 이처럼 기술 내용을 수정한 것은 작년 8월 아사히신문이 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증언한 요시다 세이지 씨 주장을 토대로 쓴 과거 기사를 취소한 이후 군 위안부 강제성 부정 행보를 강화해온 아베 정권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전쟁 책임을 흐리는 방향으로 이뤄진 교과서 기술 변경을 일본 정부가 허용한 만큼 3월 말∼4월 초에 있을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남으로써 한일관계에 중대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