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부동산왕 헴즐리 4일 사망/재산권 분쟁… 왕국해체 위기

◎“주요재산 빼돌린다”/미망인­동업자 법정싸움【뉴욕=김인영 특파원】 뉴욕 맨해튼 42가에 있는 그레이바 빌딩은 뉴욕의 교통중심지인 그랜드센트럴 스테이션 위에 우뚝 솟아있다. 그런데 지난해말 어느날인가, 세입자들에게 건물주가 바뀌었다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전의 건물주는 헴즐리­스피어사였는데, 바뀐 건물주는 헴즐리­노이즈사였다. 세입자들은 영문을 모른채 바뀐 건물회사에 임대료를 물었지만, 이는 바로 미국의 부동산왕 해리 헴즐리의 재산을 둘러싸고 벌어진 분쟁의 하나였다. 도널드 트럼프와 함께 미국의 부동산 왕국을 이루고 있던 헴즐리씨가 지난 4일 폐렴으로 향년 87세의 나이로 사망하자, 그의 엄청난 재산을 둘러싸고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분쟁의 한쪽 당사자는 헴즐리의 미망인으로 상속자인 리오너 헴즐리 여사이고, 다른 한쪽은 헴즐리와 50여년간 동업을 해온 앨빈 슈워츠(84)와 어빙 슈나이더(76). 헴즐리는 『내 재산이 바로 자식』이라며 재산불리기에는 탁월한 재능을 보였으나, 자녀가 없었기 때문에 재산권 분쟁은 법정 소송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지에 따르면 두 동업자 슈나이더와 슈워츠씨는 미망인 리오너를 상대로 6백만 달러의 체불금 지불 청구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 이기면 헴즐리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회사인 헴즐리­스피어사에 대한 매입권을 확보하게 될 수 있다. 미경제전문지 포브스지의 분석에 따르면 헴즐리의 재산은 17억 달러(1조4천억원 상당)에 이른다.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비롯, 맨해튼의 고층건물과 27개의 고급호텔 5만 가구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헴즐리­스피어사의 연간 임대료만 해도 6천만 달러나 된다. 그는 재산관리에 매우 복잡한 방식을 채택했다. 혼자 전체의 소유권을 갖기 보다는 때로는 슈나이더씨와, 때론 슈워츠씨와 공동소유로 건물을 매입했다. 이런 방식으로 그가 운영권을 갖고 있던 부동산은 모두 55억 달러에 달했다. 동업자인 슈나이더와 슈워츠씨가 소송을 건 배경은 리오너 여사가 회사의 주요재산을 빼돌리고 있다는 것. 맨해튼 42가의 그레이바 빌딩이 헴즐리­스피어사에서 헴즐리­노이즈사로 넘어간 것도 리오너 여사의 작품이었다. 맨해튼의 부동산 업계는 이번 소송에서 동업자들이 승소, 헴즐리­스피어사를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리오너 여사는 남편의 재산을 넘겨주기 전에 대량으로 부동산시장에 팔아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헴즐리는 미국 부동산업계에 신화적 명성을 남겼지만, 그의 제국은 1대에서 해체될 운명에 놓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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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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