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 우승은 신이 점지한다는 말이 있다. 실력과 정신력은 물론 행운까지도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그 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첫 우승 도전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통산 71승으로 우승을 밥 먹듯 했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1년 넘게 생애 첫 우승과 마찬가지인 높디높은 문턱을 다시 넘는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2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첫 우승에 목마른 김송희(23ㆍ하이트)와 웹 심슨(26ㆍ미국)이 나란히 준우승에 머무르며 고개를 떨궜다.
◇복병에 덜미 잡히고= 김송희는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RTJ 골프트레일(파72ㆍ6,502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에브넷클래식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를 쳤지만 마리아 요르트(38ㆍ스웨덴)에 발목을 잡혔다. 공동 선두로 출발했으나 5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한 요르트(합계 10언더파)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2007년부터 LPGA 투어 97개 대회에 출전한 김송희는 통산 준우승 6회, 3위 6회 등의 성적으로 세계랭킹 13위에 올랐으면서도 우승의 물꼬를 트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예상 밖의 복병에 일격을 당해 아쉬움이 더했다. 요르트는 지난해 말 투어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고는 하나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38세에 두 살짜리 딸을 둔 주부 골퍼보다는 전날 공동 선두였던 미국의 기대주 알렉시스 톰슨(17ㆍ미국), 한국 군단의 최나연(24ㆍSK텔레콤) 등과의 싸움이 예상됐었다.
2타 차 공동 4위였던 요르트는 전반에만 4타를 줄이며 상승세를 탔다. 중반까지 오히려 1타를 잃었던 김송희는 16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 1타 차까지 따라붙으며 우승의 희망을 살려내는가 싶었으나 요르트가 17번홀(파3)에서 다시 2타 차로 달아나면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최나연은 공동 3위(7언더파), 서희경(25ㆍ하이트)과 양희영(22ㆍKB금융그룹)은 공동 6위(5언더파)에 올랐다. LPGA 투어 최연소 우승을 노렸던 톰슨은 6타를 잃고 공동 19위(1언더파)로 떨어졌다. 요르트는 우승상금 19만5,000달러, 김송희는 11만8,921달러를 받았다.
◇바람의 심술에 울고= 심슨은 불운에 분루를 삼켰다. 루이지애나TPC(파72ㆍ7,341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취리히클래식 마지막 날 심슨은 연장 접전 끝에 버바 왓슨(미국)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동률을 이뤘지만 15번홀(파4)의 벌타가 아니었다면 연장전 없이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툭 쳐서 넣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의 퍼트를 남겨뒀으나 어드레스에 들어간 상황에서 볼이 바람에 살짝 움직이는 바람에 억울한 보기를 범한 것.
심슨의 불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부터 PGA 투어에서 활약한 그는 2009년 봅호프클래식 최종 라운드 때도 11번홀에서 30㎝도 안 되는 거리에서 바람에 볼이 움직여 벌타를 받으면서 결국 공동 5위로 마쳤다. 이날 심슨은 “볼을 건드려서 움직이면 당연히 벌타를 받아야 하지만 바람이나 다른 자연 현상 때문에 저절로 움직인 경우에는 스스로 신고하면 주위의 동의를 받아 벌타가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