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묘한 기름값, 해결은 가능한가


지난 2008년 4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국제유가의 원인을 검토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산유국과 소비국의 대표가 모여 국제에너지포럼(IEF)을 개최했다. 당시 수급상황이 특별히 더 악화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니 각국 대표들에게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비정상적으로 보였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으리라. 신뢰 없는 유가정책은 한정적 그러나 각국 대표들은 세계의 기대와는 달리 실질적인 대응방안이나 합의사항을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단지 ‘산유국과 소비국 간 공조체제를 유지하자’는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한 후 포럼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산유국과 석유소비국 간 소모적인 책임공방으로 포럼이 끝났기 때문이다. 포럼 진행 내내 주요 석유소비국은 산유국의 공급능력약화를 지적하며 국제유가상승의 책임을 산유국에 지우려 했으며 산유국은 소비국들의 무분별한 수요증가와 소비국금융시장에서 태동한 국제투기자금이 유가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며 소비국에 책임을 물었으니 서로 간의 입장차이만 확인했을 뿐 유가안정을 위한 건설적인 대안은 마련되지 못했다. 구체적인 대응방안 마련 없이 국제원유시장의 불안정성은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특히 2008년 후반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가변동성이 더욱 심화되자 작년 11월에 개최된 G20 서울정상회의에서도 유가안정을 위해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자했다. 당시 관련자들의 말을 빌리면 그 이전의 회의와는 달리 유가안정화를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도출하고자 하는 G20의 노력이 매우 절실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석유선물시장의 투기자금 규제방안, 산유국 생산 정보와 석유소비국의 소비 정보 투명성 개선 방안 등 보다 가시적인 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들였는데 G20 회의 역시 국제유가안정화를 위해 ‘G20국가 간 국제공조를 강화’하자는 원론적인 합의사항 도출에 만족해야 했다. 근본적으로 산유국과 소비국 간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G20의 각별한 노력도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대안 도출에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수급 불투명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국제석유시장의 특성상 시장참여자 간 신뢰형성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가격정책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즉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석유시장가격의 책임을 자신 보다 상대방의 문제로 떠넘기고 공방을 벌일 경우 시장참여자 간 신뢰도가 저하돼 오히려 유가불안은 가중될 뿐이다. 문제는 유가불안으로 발생되는 모든 경제적 피해를 시장참여자들이 전부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석유를 수입하는 소비국은 국제수지의 악화로 석유수출을 통해 국부증진을 도모하는 산유국은 재정불안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산유국과 소비국이 상호신뢰를 통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무산시켜 자초한 불행이라 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산유국과 소비국간의 우려되는 모습이 최근 국내의 한 이슈에서도 유사하게 오버랩(overlap)되고 있다. 그 이슈는 바로 ‘묘한 기름값’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 간의 공방이다. 한국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2011년 3월 2째주 기준 리터당 1916.5원하는 휘발유의 주유소판매가격에는 세금이 48%, 정유사 공급가격이 46%, 그리고 유통비용 및 마진이 6%로 구성돼 있다. 즉 국내 휘발유가격결정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참여자는 정부와 정유사인데 이들이 상호신뢰구축을 통해 절묘한 대안을 고민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는 소모적인 논쟁을 한다면 마치 앞서 언급한 국제사회에서 산유국과 소비국 간에 발생된 어리석음과 유사한 결과를 얻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지금은 서로에게 책임을 묻는 방법을 통해 해답을 찾으려는 것 보다 스스로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자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책임공방은 상호신뢰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상호신뢰구축이 없으면 실질적인 대안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세금·공급가 등 접함점 찾아야 따라서 정부나 석유산업계는 자신의 책임과 역할의 범위 내에서 스스로가 해결방안을 제안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접합점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최고 30%까지 인하가 가능한 탄력세율의 범위 내에서 과연 효과적인 조세조정카드가 무엇인지는 산업계의 요구가 아닌 정부가 스스로 제시하고 '기업의 사회적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에 입각한 석유제품 공급가격결정에 대한 해답은 정부의 요구가 아닌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제안할 때 비로소 ‘묘한 기름값’ 문제가 풀릴 수 있는 상호 간의 신뢰와 실질적 대책 마련이 가능할 것임을 정부와 석유산업계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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