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스트 QE 시대] 실물도 심리도 냉랭… '하방 위험' 커져

산업생산 두달째 마이너스

10월 BSI 1년8개월래 최저

재정·통화정책 약발 안먹혀


우리 경제가 갈수록 코너에 몰리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재정을 풀고 기준금리를 두 차례나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음에도 실물경제는 물론 기업 심리마저 냉랭해지고 있다. 소매판매가 다시 위축됨에 따라 산업생산은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폭을 키웠고 기업들마저 경기상황을 비관적으로 관측하는 등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를 전격 선언했고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는 등 곳곳에 악재들이 산적해 있어 자칫하면 일본식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통계청과 한은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9% 감소했고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뒷걸음질 친 69를 나타냈다.


BSI는 지난해 2월(68) 이후 1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을 밑돌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제조업 BSI의 경우 72로 전월보다 2포인트 깎였다. 연중 최저치였던 8월과 동일하다. 수출제조업체의 BSI가 72에서 70으로 하락해 2009년 3월(56) 이후 5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한은의 이번 조사가 올해 두번째 기준금리 인하(15일)가 전격 단행된 직후인 16일부터 23일까지 실시됐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를 비롯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등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책이 기업들의 심리를 살리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 기업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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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등 나쁜 소식만 들리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느낀 것 같다"며 일부 업종은 경쟁이 심화한 데 따른 어려움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민간의 체감경기를 종합해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도 92로 전월보다 5포인트나 하락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5로 세월호 참사 직후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BSI도 떨어진 탓이다.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일제히 위축된 상황에서 실물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턱이 없다. 광공업생산과 설비투자 등 전월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였던 부문들은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급속도로 냉각됐다가 회복세를 보이던 소매판매액지수는 9월(-3.2%) 들어 고꾸라지면서 2011년 2월(-5.6%)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건설기성과 건설 부문 역시 사회간접자본(SOC) 발주가 줄어들면서 전월과 비교해 각각 5.8%, 25.1% 감소했다.

정부는 국내뿐 아니라 대외적으로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등 경기 하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양적완화 종료와 유로존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제심리도 위축되고 있다"며 "향후 경기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가운데 경제활성화와 리스크 관리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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