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14/특별강연]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부모-자녀 갈등 풀려면 아이 기르는 '워킹대디'도 있어야"

'아빠의 달' 제정해 남성의 육아휴직 적극 유도

여성 일·가정 양립할 수 있어야 저출산도 해소

가족친화인증기업엔 세무조사 유예 등 인센티브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미래 컨퍼런스 2014에서 '가정의 양립에서 찾는 국가경제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아이들은 항상 엄마를 찾아요. 아빠는 언제 찾는지 아세요? '엄마 어디 있어'라고 물을 때만이죠."

자리에 앉은 대부분의 아빠들이 웃었다. 아이 세대와 부모 세대 사이에서 엄마보다 아빠와 갈등이 깊은 현실을 나타내는 장면에 쓴웃음이 나온 것이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18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 컨퍼런스 2014'에서 아이를 기르는 '워킹 맘(working mam)'뿐만 아니라 아이를 기르는 아빠인 '워킹 대디(working daddy)'가 출현해야 세대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여가부는 청소년 정책 주무부서로 날마다 현장에서 부모와 청소년 간 세대갈등을 듣는 곳"이라면서 "여성이든 남성이든 같이 뛰지 않으면 저출산과 세대갈등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세대갈등을 일으킬 세대가 존재하기나 할까"라는 의문을 제시하며 갈수록 줄어드는 출산율 때문에 2750년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없어질 수 있다는 통계를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통계보다 더 중요한 당장의 변화는 가족 간의 관계다. 지난 30년간 일상에 가장 극적인 변화를 일으킨 발명품으로 선정된 인터넷과 컴퓨터, 휴대폰과 e메일 등이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처럼 아버지와 자녀 간 상하관계와 의무감을 중시하는 문화가 여전하면 젊은 세대가 줄어드는 것과 맞물려 세대갈등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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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갈등을 풀고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들여다봐야 하는 것은 일하는 엄마의 문제다. 그는 "(남성을 역차별하는) 여가부 없어지라는 악담을 네티즌에게 많이 듣는다"면서 "그러나 이는 양성평등이 이뤄진 것 같은 착시 현상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대학 입학이나 전문직 시험 합격률에서 여성이 남성과 비슷하거나 때로는 더 많고 육군사관학교 등 군대에도 여성이 진출하는 모습만 보고 내린 결론이라는 지적이다. 김 장관은 "리쿠르트(recruit·채용) 단계에서만 남성이 여성에 위축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여성이 회사에 들어간 후 잘 다니는지 승진하는지 뚜껑을 열어보면 다 어디 갔는지 모른다"면서 "리텐션(retation·유지)에서 실패하는데 여성의 재취업(restart)이나 여성 대표성(representation)을 이야기하면 잘되겠냐"고 꼬집었다.

김 장관은 "세대갈등을 풀려면 여성이 일하지 않고 집에 있어야 출산율이 높아지는 게 아닌가 생각할지 모른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여성 고용률이 높을수록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출산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가 생존을 위해서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실은 맞벌이 가정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가사노동을 10배나 더 한다. 가족 간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젊은 세대일수록 일하는 엄마의 고통을 보고 자란 자녀가 아빠에 대한 불만이 커진다는 게 김 장관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는 아직도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제도를 선뜻 도입하지 못한다. 인력 공백과 비용증가, 인사관리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국가가 제도적으로 빈자리를 채워줘야 한다"면서 여가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 인증기업제도'를 소개했다. 인증기업으로 선정되면 지방세 세무조사 3년 유예, 관세청의 통관 절차 간소화, 중소기업 산업인력 우선 배정 등이 지원된다. 김 장관은 "인증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이 500개인데 선정 이후 매출액과 입사 지원율, 직원 만족도는 늘고 이직률은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워킹 대디를 위해 제시한 정책은 '아빠의 달'이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면 첫 달은 통상임금의 105%를 주는 정책이다. 육아휴직을 쓰면 통상임금의 40%를 받는 엄마에 비해 월등한 유인책이다.

"아빠들이 한 달이라도 부성애의 불씨를 살린다면 세대갈등을 없앨 수 있지 않겠어요. 엄마와 아빠가 같이 가자는 이야기입니다." 강연이 끝나자 남성이 대부분이었던 청중은 김 장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대디인 남성들 역시 부닥친 현실에 충분한 공감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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