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사임은 미군 개혁의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럼즈펠드는 베트남전에서 얻은 교훈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분명한 목적과 해당 지역의 지지가 없을 때는 미군을 파병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럼즈펠드는 미군이 미국 내의 안보와 재건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클린턴 행정부의 생각에도 동조하지 않았다.
미군이 파병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달라진 상황이 럼즈펠드로 하여금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요구했을 때에도 그는 변화를 거부했다. 그래서 미국은 그의 오만함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따라서 로버트 게이츠 차기 국방장관 지명자와 새로운 미국 의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미군의 재건과 재배치가 될 것이다. 그들은 미군의 사기와 신뢰를 드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미군의 역할과 구성에 변화를 주는 한편 의회 내에서 미군 파병 지역에 대한 새로운 논의도 필요하다. ‘전쟁과 평화’에 대해 미국 의회가 확실한 개념을 세우지 않는 한 미 군병력이 애매한 목적의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 상황이 계속될지도 모른다.
미군 개혁이 늦어질 경우 미국은 보다 즉각적이고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라크 철군 논의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는 럼즈펠드의 계획대로 이라크 주군 미군 숫자를 10만명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파병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신규 병력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1만명의 신규 군인을 양성할 때마다 연간 15억달러의 비용이 들고 군인 모집 과정에서만도 수백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6년간의 국방비 증가 덕분에 현재 미군은 비용 부담에는 크게 시달리지 않고 있다. 다만 의회와 국방부가 어디에서 실제 미군을 필요로 하는 전쟁이 벌어지는지를 잘 파악하고 군 관련 사업들을 제대로 이끈다면 앞으로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군 재건은 이미 때 늦은 감이 있을 정도로 시급한 과제이다. 럼즈펠드의 정책으로 인해 손상된 미군의 능력과 신뢰를 보수하는 것이 겨우 첫 발걸음을 떼는 정도라는 것을 정책 입안자들이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