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때 되면 오르는 연공급체계가 생산성 떨어뜨리는 주범

[고임금·저효율 국가경쟁력 위협]<br>상여금도 사실상 고정급으로 전락<br>대형사업장 임금인상 요구 파업에 大-中企 임금격차 갈수록 벌어져<br>단체교섭 유효기간 2년으로 제한한 현행 법제도도 고비용구조에 한 몫




우리나라 경제가 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전문가들은 '고임금-저생산성 구조'를 꼽는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고임금 구조가 정착됐지만 정작 생산성은 선진국에 턱없이 못 미치는 왜곡된 구조가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형 사업장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 파업에 사측이 끌려다니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연공급 체계가 고임금-저생산성 구조 원인=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임금은 0.85로 선진7개국(G7)의 1.6배나 됐다. 우리나라의 시간당 절대임금은 18.63달러로 G7(22.82달러)보다 낮았지만 근로시간 기준 1인당 GDP는 21.98달러로 G7 평균(43.19달러)보다 훨씬 낮아 상대적 임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은 높지만 생산성은 여전히 개발도상국들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생산성본부가 발표한 '생산성 국제비교'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100)를 기준으로 미국 162.2, 프랑스 144.8, 영국은 131.2로 우리보다 생산성이 30% 이상 높았다. 임금은 많이 받고 생산성은 떨어지는 구조다. 이처럼 고임금-저생산성 구조가 고착화된 원인으로는 근속기간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 체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점이 꼽힌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사업장 중 80.8%에서 기본급 구성항목에 연공급 체계가 존재했다. 또 상여금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사실상 고정급으로 전락해 성과와 무관하게 임금인상시 동반 상승하는 것도 임금구조 경직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 현행 법제도 역시 고임금 구조를 유도하고 있다. 단체교섭 유효기간이 최대 2년으로 제한돼 협상주기가 짧아 잦은 임금인상 유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또 평균임금 범위가 상여금까지 포함하는 등 포괄적으로 규정돼 인건비를 동반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 낮은 생산성으로 초과근로가 많아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고통스러운 '2중고'를 겪고 있는 점 역시 전형적인 고비용 구조에 한몫하고 있다. ◇갈수록 공고해지는 '신의 직장'=고임금은 특히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두드러진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2,530만원. 국내 50대 대기업 중 평균연봉이 5,000만원을 넘는 기업은 40개에 달했다. 공공기관의 평균연봉은 지난해 기준 5,900만원.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임금이 올라가는 비효율적 구조를 띠고 있어 연봉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에 30% 이상 격차가 나는 성과연봉제를 전직원을 대상으로 도입하려 했지만 노조 측의 반발로 임원들에게만 적용하기로 했다. 생산성과 상관없이 시간에 따라 고임금 인력을 양산하며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해야"=이 같은 비효율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성과주의 임금체계로의 개편과 임금 관련 법제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2년으로 제한된 단체협상 유효기간 조항이 자유로운 노사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만큼 이를 개선해 단기실적 위주의 관행적 임금인상 유인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생산성에 부합하는 임금체계가 구축되면 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하고 근로자는 성과에 따른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어 서로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과체계 도입에 거부감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노사 모두 불신을 갖는 데 있다"며 "정부가 직무에 따른 임금수준 통계를 확보하고 평가역량을 키울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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