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폭주하는 의원입법 재정준칙 예외 될 수 없다

중구난방으로 쏟아지는 의원입법에도 재원확보 방안을 의무화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여권이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당정청 수뇌부가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개별적으로 국회에 제출한 페이고 법안을 아예 여당 당론으로 입법화하겠다는 것이다.


페이고 준칙은 재정이 수반되는 법률에 대해 세입대책을 마련하거나 다른 지출을 줄이도록 의무화하는 재정준칙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재정악화를 막을 뿐만 아니라 의원입법 남발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미 이런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았으나 어디까지나 정부입법에 한정되고 있다. 정부입법보다 의원입법이 압도적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그것만으로는 엄격한 재정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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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입법은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16대 국회 때 1,912건에 그쳤던 의원입법은 18대 국회 때 1만2,220건으로 증가했다. 19대 국회에서도 벌써 4,000여건이 발의됐다. 이 중에는 국회가 민의를 반영해 의당 해야 할 법안도 있지만 나라 곳간 사정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유권자 표만을 의식한 포퓰리즘 법안도 무더기로 쏟아졌다. 게다가 정부입법처럼 규제심사를 일절 받지 않는 바람에 과잉입법 차원을 넘어 입법권 남용 소지도 적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 기승을 부리는 건 국회의 고질병이기도 하다. 일명 택시법과 저축은행 피해구제법 등이 단적인 사례다.

잘 못된 입법관행을 이제야 바로잡겠다니 만시지탄이다. 물론 페이고 법안이 입법권을 제약할 것이라는 국회 일각의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입법과잉을 막는다는 차원이나 재정관리 측면에서는 순기능이 앞선다. 입법권은 국회의 고유 권한이지만 발의와 심의에 이르기까지 국회 내부에 재정통제 장치가 없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을 생각하면 의원입법을 재정준칙에서 예외로 둘 하등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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