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한 병에 1,000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생수를 사서 마실까?' '휴대폰 아이폰을 구입하려고 몇 년을 기다리고 몇 시간을 줄 서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매력에 끌린 걸까?' '놀이기구를 넘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바꿔버린 닌텐도 Wii가 성공한 이유는 무얼까?' 이러한 일들은 오늘날 우리가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현상이지만 그 기저에 숨겨진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끼 밥과 비슷한 가격의 스타벅스 카페라떼를 아무렇지 않게 즐길 수 있는 현대인에게는 하등 이상할 게 없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과학자인 정재승과 미학자인 진중권이 만나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 속에 깔려있는 문화적인 의미와 코드를 흥미로운 시각으로 풀어냈다. 이들은 공히 20세기 사고방식으로 21세기를 판단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현대인들에게 취향은 단순한 기호의 차원을 넘어 계급보다 강렬하게 개인들을 구별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느냐 아니면 다방 커피를 좋아하느냐 하는 문제가 '너와 나를 구분하는' 강한 기준이 된다는 논리다. 다시 말해 상품을 통해 특정 계층에 속한다는 사실을 과시한다는 말이다. 실용성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산업화의 담론을 뛰어넘어 최근에는 사용가치보다 거기에 결부된 브랜드나 디자인 가치로 평가하는 탈산업화의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새로운 세상에 등장한 '21세기 학문'으로 인터넷 검색을 소개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제는 구글 등을 통해 검색어를 치는 행위는 물론 검색된 정보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하는 일이 학문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의미에서 정재승은 웹 세상에 만들어진 '위키피디아'를 중심으로 대중이 스스로 가르치고 스스로 배우는 사이버 민주주의 실천이자 집단지성의 구현 현상에 주목한다. 뛰어난 지성을 가진 두 명의 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쓴 책이기에 가볍게 지나치고 넘어갈 법 한 현상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