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성직자 셰이크 압둘라 다우드가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영아 성폭행을 막으려면 여자 신생아들도 부르카로 얼굴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터뷰는 지난해 이뤄졌지만 지난 2일에서야 현지 언론과 소셜 미디어의 보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우디와 이슬람 세계의 격을 떨어뜨리는 발언이라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우디 고충처리위원회의 무함마드 알즐라나 전 판사는 “검은 천으로 감싼 아이를 안고 가는 가족을 볼 때마다 슬픔을 감출 수 없다”면서 “아이들에게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규정되지 않은 파트와(이슬람 율법해석)를 따르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이를 “이슬람 세계와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더럽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셰이크 다우드의 발언은 최근 사우디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성차별을 완화하는 잇단 조치를 내린 데 대해 보수적 성직자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압둘라 국왕은 지난달 국정 최고 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의 전체 위원 중 20%인 30명을 여성으로 임명해 보수적 성직자들이 왕궁 앞 시위를 벌이는 등 논란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