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신사에 근무하는 임원 한분과 점심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은 3.0세대 핸드폰과 3.5세대 핸드폰의 차이와 그 우수성을 설명하느라 열을 올렸다.
문외한인 나도 기술의 발전속도가 과연 혁명적이어 우리의 하루살이가 점점 편리해질 것이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다양한 신기술들이 더 빠르게 진화하는 반면 현실적으로 이를 전부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쓰지도 않는 기능을 위해 그 대가를 꼬박꼬박 물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아심을 가진다.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의 경우 불필요한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사용설명서를 다 읽는 것 자체도 도전의 영역에 속하고 3.0세대니, 3.5세대니 해서 주기적으로 변하는 추가기능을 따라잡기는 나이가 많을수록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신세대와 구세대가 구분돼왔다. 하지만 지금은 핸드폰을 포함해 다양한 신기술 상품들의 활용도와 수용도을 놓고 신세대와 구세대를 새롭게 규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도 엄연히 구세대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핸드폰의 주요기능 중 문자발송 기능은 매우 유용해서 자주 사용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이 내가 문자를 보내는 것을 보고 가끔 놀라기도 하고 나이보다 나를 더 젊게 평가해주는 경우가 있다.
기술발전과 이에 따른 혜택을 수용하는 정도에 따라 세대간 차이를 극명하게 하려는 사회적 문화와 소위 ‘디지털 문맹’ 이라는 딱지를 붙여놓고 신세대와 구세대를 구분하려는 상징적 분류가 아쉬움을 갖게 한다.
한국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고 이 고령화된 인구 비중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구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좀더 편리하고 사용방법이 간단한 디지털 제품을 많이 개발하면 어떨까. 통신사들은 사업적 가능성도 중요하겠지만 한 세대를 같이 사는 소비자들로서 신ㆍ구세대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현상을 줄이고 동질감을 촉진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특히 신기술에 관한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기술의 발전은 혁명적(Revolutionary)이되,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속도는 점진적(Evolutionary)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또 이 속도상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신ㆍ구세대간의 간격이 최대한 좁혀져야 하며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