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관들, KB스팩 상장후일제히 '팔자'

"하락땐큰손실 우려" 지적도<br>가격 급등하자 차익실현 나서<br>상투 잡은 개인들 비판 거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ㆍ스팩)의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기관들이 상장 직후 주가가 오르자 지분을 대량 매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비글로벌스타게임앤앱스스팩(이하 KB스팩)에 참여한 주요 기관들이 상장 직후 보유 주식을 일제히 매도하며 단기 차익실현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KB스팩의 최대주주였던 유진자산운용은 5~6일 162만5,898주를 매도하며 지분율을 19.84%에서 0.98%로 낮췄다. 5일에는 3,105원에 101만주, 6일에는 3,433원에 60만주를 처분하면서 총 11억8,272만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지분율 9.28%로 2대 주주였던 서울 상호저축은행도 5~7일 동안 62만주를 처분해 지분율을 2.09%로 낮췄다. 이를 통해 얻은 차익은 4억6,510만원에 달한다. 6.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KTB자산운용도 마찬가지. KTB자산운용은 지난 6일 KB스팩 주식 60만주를 상장 이후 최고점인 3,570원에 팔아 6억4,20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 스팩주 공모에 참여한 기관들이 이처럼 단타 매매에 나선 것은 KB스팩이 상장 첫날과 이튿날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면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수익률이 최대 42.8%에 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스팩 투자에 적극적인 두 운용사가 상장 직후 스팩주를 대량 매도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스팩주들의 합병이 지연되면서 운용사들이 공모 차익실현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선형렬 KTB자산운용팀장은 "합병 가능성이 가시화되지도 않은 페이퍼컴퍼니가 42%의 단기수익을 낸 만큼 전량매도로 대응한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며 "KB스팩의 합병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해 차익실현에 나선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김기봉 유진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전무도 "스팩주가가 너무 높으면 합병이 어려운데 상장 초에 40% 이상의 프리미엄을 받는 것은 과도해 보였다"며 "KB스팩의 경우 합병 가능성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이성적인 급등을 보여 매도로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관의 이런 행태에 일반 투자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뒤늦게 주식을 사들여 상투를 잡은 개인투자자들은 "기관 싸움에 새우등만 터졌다. 하루 거래로 주인이 바뀌다니 배신감이 든다"면서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업 공개시 기관 공모 물량을 따로 배정하는 것은 기관들이 주식을 장기 보유하면서 상장 후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기관들이 단타 매매로 차익을 실현하면서 시장을 교란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장 이튿날 3,57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대주주들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14일 2,485원에 장을 마치면서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