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알 권리와 안보의 경계


민주사회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공정한 언론은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실천적 기제다. 언론은 진실보도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지닌다. 그러나 보도의 대상이 국익이나 국가안보와 관계된 내용이라면 언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린다는 명분하에 무차별적으로 팩트(fact)를 쏟아내고 민감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확인 안 된 내용도 경쟁적 보도 국가안보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가장 보수적으로 지향돼야 할 가치라는 것이다. 국가안보에 만전을 기할 때 우리는 국가이익이라고 하는 보다 큰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게 된다. 국가안보는 국익달성을 위한 초석이라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공격 등과 같이 북한의 도발이 갈수록 대담해지는 상황에서 국가의 정보활동은 강화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와 달리 다양한 이념의 분출로 신음하는 한국사회가 국가안보 및 국익과 직결되는 정보활동에 있어서까지 이완된 행태를 보인다면 그것은 커다란 혼란을 야기하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일궈놓은 성과들을 삽시간에 허물어버리는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국정원의 정보수집 활동을 이해할 때 우리는 국정원 관련 사건과 관련해서 쏟아지는 최근의 언론보도 행태를 심히 우려하게 된다. 국정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이 연일 언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비판의 요지는 국정원의 지나친 성과주의와 해당 국정원 직원들이 펼친 작전의 아마추어리즘 행태, 그리고 사후 조치 등이다. 한국 언론들은 지난 16일 발생한 이 사건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조차 사실인 것처럼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우리 정보기관의 불법 행동을 부각시키고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 위상을 깎아내리고 있다. 언론이 주목하는 불법적 내용 이전에 사건의 본질을 들여다보자. 현재 우리 언론은 국익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을 경쟁적으로 공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기와 결과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선정적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알려진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사건에 관련된 국정원 직원들은 동 기관 산하 산업보안단 소속 실행팀이었다고 한다. 이 기구는 국익에 민감한 국내외 산업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을 하는 조직이다. 문제의 직원들은 국산 고등훈련기인 T-50, 흑표전차, 휴대용 대공미사일인 신궁 등을 수입하려는 인도네시아 측의 협상전략을 수집하려는 의도에서 작전을 벌이다 실패했다고 보도됐다. 뿐만 아니라 언론들은 국정원의 무리한 작전 진행과 그 의도 등 예민한 내용들까지 모두 공개했다. 자국의 정보기관이 국익을 위해 행한 행위에 대해 불법적 측면을 부각시키며 국익을 저해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알 권리' 충족과 국익수호 차원에서 이 같은 보도를 어떻게 평가할까. 만일 이들이 작전에 성공하고 주요 정보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을 경우에도 언론들은 그 작전이 불법 행위임을 들어 지금과 같은 공세적 보도에 열을 올릴까. 요컨대 현재 우리 언론들은 보도를 위해 국익을 저해하는 동시에 결과주의의 매끄러운 함정에 빠져 선정적 저널리즘으로 흘러가고 있다. 현재와 같은 보도 행태는 국익과 국가안보를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보 관련 보도지침 설정 필요 물론 진실은 정략적 이익을 위한 편의적 도구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진실은 언론이 견지해야 할 도덕성이자 항상 추구해야 할 지존의 가치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보도대상이 국익이나 국가안보와 같은 민감한 사안과 직결되는 경우 우리 언론들은 보도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설정해서 그것을 소화할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국익이 훼손되고 국가 위상이 추락하고 난 다음에 충족되는 국민의 '알 권리'는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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