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건축은 문화다] <14> 신사동 백현빌딩

류재은(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 대표)<br>튀는 외관-절제된 내부 미학과 실용성의 '조화'


작품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작가의 억척스러운 고집은 때론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물건을 만들어낸다. 건축물도 이 같은 실수가 빈번히 일어나는 분야 중 하나다. 건축가의 욕심이 지나칠 경우 건축물의 개성이 강해지는 반면 실제 그 건물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기 십상이다. 신사동 ‘백현빌딩’은 이런 관점에서 작가의 욕심과 시장의 요구를 적절히 조화시킨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개성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빌딩을 임대해 쓰는 사업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사전조사가 면밀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건축주가 이 건물을 의뢰한 것은 2년 전. 주변 압구정 상권이 신사동 성수대교 남단으로 막 확장되기 시작할 무렵으로 주변에는 천편일률적인 3~4층 상가 건물들이 즐비했다. 설계를 맡은 시건축은 이런 패턴에 영합하지 않고 곧 압구정 상권이 이곳으로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상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예측은 적중했고 압구정 상권이 확장되면서 고급 와인바, 수입 소비재, 고급 서비스 등을 찾는 젊은 수요층의 발길이 백현빌딩 주변으로까지 이어졌다. 시건축은 이런 수요을 흡수하기 위해 우선 백현빌딩을 튀는 건물로 설계했다. 지하 2층~지상 6층의 건물이 색색의 유리벽으로 행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파랑ㆍ노랑ㆍ초록 등 총천연색 유리창으로 액센트를 준 외벽은 마치 색과 면의 분할을 강조한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백현빌딩은 한 벽이 한 면으로 이뤄진 일반 건축물들과도 구분된다. 일반 건물들이 하나의 큐빅(정육면체)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면 이 건축물은 작은 큐빅들을 불규칙적으로 쌓아 올려 개성을 살렸다. 이 때문에 어느 부분은 돌출돼 있고 어느 부분은 안으로 함몰돼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결과 각층의 바닥 모양이 전부 다르다. 이 같은 점은 작가가 건축물에 예술적 영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또 각 층의 내부공간을 하나로 터 놓고 인테리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임대하는 사람들이 시장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눈에 띈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이른바 압구정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업종과 그에 맞는 인테리어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한철수 시건축 소장은 “작품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것이 시장성을 뒷받침하는 수단이 되도록 적절한 수준에서 절제한 것이 이 건물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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