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우려되는 교육의 정치화


올해 교육부 예산 54조원 가운데 각종 장학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조원. 인건비 등을 포함한 17개 시도교육청 지원예산 40조원을 제외할 때 전체 가용예산의 4분의1을 넘는다. 교육부 예산에서 장학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처럼 높은 까닭은 국정과제인 '반값 등록금' 정책에 따라 소득수준에 따라 지급되는 국가장학금이 최근 신설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첫해인 지난 2012년 약 1조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1조원, 올해 6,800억원의 신규 예산을 추가로 투입한다. 같은 기간 교육부 총 예산이 소폭 증가했을 감안할 때 기타 예산이 대폭 축소됐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최근 교육부가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선행학습금지법'은 별다른 준비기간 없이 오는 9월 시행된다. 교육현장에서는 가장 선행학습 우려가 높았던 특목고 입학전형이 학교별 고사 대신 중학교 내신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미 바뀐 상태에서 찬반양론이 높았던 이 법이 조기 강행되는 것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3월 법안을 공표할 당시 유예기간에 관한 조항을 두지 않아 각계의 의견을 반영한 최근 시행령에서도 이 같은 단서를 담을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선행학습금지법이 서둘러 시행되는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는 점이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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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교육이 정당 간 이념 대립의 선두에 서면서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백년지대계'인 나라 교육의 주무부처라면 100년 앞을 준비하는 자세로 장기적이고 세밀하게 정책 수립과 집행에 나서야 옳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라 복지의 중심에 교육이 서면서 이를 둘러싼 정당 간 대립은 갈수록 격화만 되고 있다. 하기야 주요 국가 중 시도 교육감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나라도 우리나라 정도다.

하지만 한때 정가의 '폭풍의 핵'이던 '무상 급식' 등 '무상' 시리즈는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올 교육감선거에서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으로 몰매를 맞고 있다. 정권의 집권 공약이나 각종 국정과제 등에 맞춰 교육계가 움직여야 한다면 나라 교육의 미래는 더욱 답보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사회 계층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교육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가장 먼저 꿰어야 할 단추는 다름아닌 '정치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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