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사업가이자 미술품 컬렉터인 하정웅(70ㆍ사진)씨가 소설가이자 화가였던 헨리 밀러(1891~1980)의 수채화를 무더기로 기증하기로 해 화제다. 7일 부산시에 따르면 하씨는 ‘눈이 있는 추상화’(1968년작) 등 헨리 밀러의 수채화와 드로잉 187점(시가 32억원 상당)과 국내 작가인 신장식의 판화 9점 등 모두 196점을 부산시립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하고 10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증서 전달식을 가질 예정이다. 하씨가 이번에 부산시립미술관에 기증하는 헨리 밀러의 작품은 강렬한 원색을 이용해 간결하면서도 대담한 붓질로 사물을 형상화해 20세기 모더니즘 미술의 흐름과 괘를 같이 하는 세계적인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헨리 밀러 작고 30주년인 내년을 앞두고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밀러 연구재단이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와중이어서 하씨의 이번 기증은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헨리 밀러는 소설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을 통해 파격적인 표현과 초현실적인 새로운 형식으로 평단에 논란을 불러온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하지만 ‘북회귀선’을 발표(1934년)하기 7년 전에 이미 첫 수채화 전시회를 열었고, 60년 동안 2,000점이 넘는 수채화를 그리고 60차례 넘게 국제전시회에 출품하기도 할 정도로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하지만 화가로서의 평가는 작가의 명성에 가려져 있었다. 한편, 하씨는 2008년 2월과 지난 3월 2차례에 걸쳐 부산시립미술관에 고가의 미술 작품 229점을 기증한 바 있어 이번 추가 기증으로 부산시립미술관에 기증한 미술품만 모두 416점에 이르게 됐다. 부산시는 지난 2월 하씨에게 명예 부산시민증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는 1993년부터 모두 6,000점이 넘는 미술품을 부산시립미술관은 물론이고 광주시립미술관과 전북도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 국내 미술관에 기증해 ‘그림 기부천사’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