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이전까지 중동 최고의 조선국은? 정답은 쿠웨이트. 전통 다우(Dhow)선 건조로 이름을 날렸다. 인도에서 선박용 목재를 수입해 550톤이 넘는 다우선을 제작한 적도 있다. 선박의 용도는 진주 채취. 최상급 천연진주가 나오는 앞바다에서 많을 때는 1,000여척의 선박과 3만여명의 잠수부가 진주를 캐냈다. 번영하던 쿠웨이트 경제는 1930년대 초반부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일본인 미키모토 고키치(御木本幸吉)가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한 양식진주가 천연진주 시장을 잠식한 탓이다. 선박은 방치돼 해안에서 썩고 직업을 잃은 잠수부들은 사막의 천막으로 돌아갔다. 경제가 거덜난 유목국가 쿠웨이트의 대안은 지하자원 개발. 아마드 수장은 1934년 말 3만5,700파운드의 선금과 석유 발견시 최소한 연간 7,150파운드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미국ㆍ영국계 자본이 설립한 '쿠웨이트석유'에 75년간 석유 이권을 넘겨주는 협정을 맺었다. 페르시아(이란)에서 유전이 처음 발견(1908년)된 이래 이라크(1927년)ㆍ바레인(1931년) 등 중동 각지에서 대형 기름밭이 잇따라 나타난 터. 석유부존 가능성을 확신했던 미ㆍ영 석유자본의 기대대로 소규모 인력과 장비만으로 탐사에 나선 지 3년 만인 1938년 2월23일, 쿠웨이트 동남부 부르간(Burgan) 지역에서 원유가 솟았다. 분출량이 얼마나 많았던지 원유에 불을 붙이니 부근의 모래가 녹아 유리로 바뀔 정도였다. 세계 3대 유전으로 꼽히는 부르간 유전이 발견된 것이다. 쿠웨이트 유전 발견 8일 뒤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초대형 유전이 터졌다. 공급과잉과 가격하락 우려에 따라 2차대전 말부터 이뤄진 두 유전의 본격 채굴 이후 세계는 중동산 석유 시대에 접어들었다. 요즘은 생산이 줄어들고 있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