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7월 2일] <1738> 세이버리 엔진


'풍력이나 수력에 의존하지 않고 불의 힘으로 물을 퍼내거나 공장의 기계를 돌리는 데 사용되는 새로운 발명품.' 영국의 병기 기술자 토머스 세이버리(Thomas Savery)가 1702년 7월2일자로 받은 특허의 제목이다. 줄여서 '광부의 친구'. 세이버리 자신이 출간한 책의 이름과 같다. 오늘날에는 소방차를 의미하는 파이어엔진(fire engine)으로도 불렸던 이 발명품은 무엇일까. 증기기관이다. 작동원리는 간단했다. '커다란 구체에 약간을 물을 넣고 가열하면 증기로 변하고 밖에서 찬물로 식혀 진공 상태로 만든다. 구체에 관을 연결하면 지하에 고인 물이 빨려 들어오고 물을 빼낸 후 다시 열을 가한다. 이를 반복하면 물을 퍼낼 수 있다.' 왜 물을 빼내려 했을까. 석탄광산의 최대 현안이 갱도에 차오르는 지하수였기 때문이다. 난방용과 선박용 수요로 삼림자원이 고갈돼 석탄 캐기에 매달렸던 섬나라 영국은 배수용 기계에 관심을 쏟았다. 기대와 달리 불 엔진은 성능이 떨어졌다. 출력(1마력)도 약하고 걸핏하면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세이버리는 표절시비에도 휘말렸다. 비슷한 원리를 책에 소개한 우스터 후작의 책자를 모조리 사들여 기술파급을 막은 뒤 자신의 발명으로 포장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프랑스 발명가 파팽을 모방했을 뿐이라는 혹평도 있다. 구설수에도 세이버리는 특허권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1715년 사망할 때까지 연 420파운드(요즘 가치 65만4,000파운드)씩 로열티 수입도 챙겼다. 세이버리의 성공은 발명가들을 자극해 결국 영국의 증기기관은 뉴커먼과 와트ㆍ스티븐스를 거치며 광산을 넘어 공장으로, 철도로 퍼졌다. 표절 논란과 볼품없는 성능에도 세이버리 엔진은 영국 산업혁명의 불을 댕긴 증기기관으로 산업의 역사를 장식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