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2% 부족한 공시

얼마 전 유가증권시장의 A사가 자기회사주식 처분 공시했다. 이 회사는 최근 전방산업의 호황과 실적 개선 전망에 힘입어 주가가 4개월 동안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태였다. A사는 전체 지분의 10%가 넘는 상당량의 자사주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시에서는 이 지분이 누구에게 넘어가는지 밝히지 않았고 시간외 대량매매라는 처분 방법만이 표기됐다. 이와 관련 회사측에 문의를 했지만 A사는 자사주 거래 상대방을 밝힐 수 없다며 다만 처분 물량이 시장에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말만 했다. A사의 주식을 가져간 대상은 생각보다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시차를 두고 코스닥시장의 B사가 계열사인 A사의 주식을 취득하겠다는 공시를 낸 것이다. 지분 취득 목적은 '투자'였다. 정리하자면 A사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자사주 매각을 계열사 B사가 사들인 것이다. 다시 A사 관계자에게 이 사항을 문의했더니 그제야 B사의 투자 목적과 세부 과정에 대한 설명을 했다. A사의 자사주 처분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없었다. 두 회사 모두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으며 업계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긍정적이었다. 금융감독당국도 현재 규정상 자사주 처분시 대상을 표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시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A사의 자사주 처분 공시는 투자자 입장에서 매우 불친절한 공시였다. A사 공시만 가지고서는 이번 자사주 처분과정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자가 좀더 발품을 팔아 기사를 검색하거나 B사 공시를 통해 정보를 알아낼 수도 있지만 이는 거꾸로 말해 공시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 처분 공시 양식에는 처분 대상이 빠져 있기 때문에 기업의 대량 지분 변동사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분공시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내용을 알리고자 공시제도가 생겨난 만큼 공시는 정보제공에 있어 최대한 투자자를 배려하고 숨김이 없어야 한다. 공시제도를 조금만 손본다면 A사 이야기를 B사를 통해 역추적하는 비효율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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