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소외지역서 문화의 꽃 피우려면


시골출신인 필자가 서울생활을 시작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큰 기쁨은 다양한 공연관람이었다. 필자의 고향에서는 영화 한편을 보려 해도 인근 도시까지 나가야 했기 때문에 어지간히 작심하지 않고서는 음악회나 연극공연 관람은 엄두도 내기 힘들었다. 서울생활 10년이 지난 지금도 고향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서 지역은 말할 나위도 없고 내륙 지역마저도 변변한 서점 하나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소득수준이 낮은 농어촌 지역에 손익을 따져야 하는 민간 문화예술 사업과 시설들이 들어설 일도 만무해 보인다. 그렇다 보니 지역 주민 대다수가 여가시간을 TV시청으로 보내고 있으며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소외 현상이 필자의 출신지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수도권과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지역의 현실인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외 지역 및 계층의 문화혜택을 확대하는 문화 바우처 사업을 시행 중이다. 바우처 제도는 현금 등의 직접지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막기 위해서 고안된 것으로 식료품비 지원을 현금대신 쿠폰으로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정책안으로 구상된 것인데 문화적 영역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제도가 정착된다면 수요에 따라 공급이 생기는 경제원리가 지역 문화시장에도 적용될 것이다. 지역민들의 문화 바우처가 문화예술 사업을 지역으로 자연스레 끌어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문화시장의 활성화는 그동안 토건 사업에만 의존했던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에서 탈피한 새로운 경기 부양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예산 문제가 남아 있다. 예산의 확보가 이뤄지지 않아 사업이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다. 문화 바우처 사업은 국비지원에 맞춰 지자체가 예산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매칭펀드(matching fund) 사업으로 살림이 빠듯한 지자체에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정부 부처별 예산심사가 진행 중이다. 내년 예산에서는 문화 바우처 사업에 대한 국비지원이 늘어야 할 것이다.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언젠가 필자의 고향 앞바다를 배경으로 지역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회가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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