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에볼라 안전지대 없다

阿·북미 등 동시다발 감염·사망자 발생<br>美·스페인·마케도니아·호주 등 구멍 뚫린 방역에 환자 잇달아<br>서아프리카 확산세도 진정 안돼… "HIV 수준 재앙 될 것" 우려 확산

서아프리카에서 발발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어느새 아시아와 남미를 제외한 4개 대륙으로 번지면서 전 세계가 에볼라 공포에 사로잡혔다. 각국의 방역 노력에도 미국과 유럽에서 격리치료자가 점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에볼라의 전염성은 국제사회의 에볼라 대책을 무력화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기니·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시작된 에볼라 공포는 현재 북미(미국), 유럽(스페인·체코·마케도니아 등), 오세아니아(호주) 등 4개 대륙으로 번진 상태다.

이날 마케도니아 보건당국은 영국 국적의 남성(57)이 고열과 구토·내출혈 등 에볼라 감염증세로 병원에 후송된 지 2시간 만에 숨졌다고 밝혔다. 보건부 산하 전염병위원회는 그의 혈액 샘플을 독일로 보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나 마케도니아 정부는 이 남성이 묵은 호텔을 폐쇄하고 함께 있던 영국인과 호텔 직원들을 격리 조치했다.


영국 언론들은 특히 이 남성이 마케도니아로 입국하기 전 에볼라 발생국을 여행한 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서아프리카 국가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방역검사를 강화한다는 보건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행하기도 전에 대책이 무위로 돌아갈 판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에볼라가 이미 영국에 유입돼 있는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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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초의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했던 스페인에서는 최초 감염자인 간호조무사 테레사 로메로의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보건당국이 그와 접촉했던 미용실 직원 2명과 간호사 3명 등 총 7명을 추가로 격리했다고 밝혔다. 체코 프라하에서도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를 여행했던 56세 남성이 에볼라 감염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고 있다고 해당 병원 측이 밝히는 등 유럽 대륙이 에볼라 공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에볼라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에서도 후폭풍이 거세다. 실비아 버웰 미 보건장관이 이날 "미국 내 다른 에볼라 감염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방역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이날 미 하원의원 26명은 기니ㆍ라이베리아ㆍ시에라리온에 비자발급 및 여행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비행기 승무원 200명도 에볼라 감염위험 노출을 이유로 업무를 거부했다.

게다가 지난 8일 사망한 에볼라 환자 토머스 에릭 던컨의 유족들이 치료과정에서의 허점을 지적하며 반발하는 등 에볼라가 초래한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족들은 던컨이 에볼라 감염 이후 생존자의 혈청을 주입 받지 못했으며 실험단계의 약물 '브린시도포비르' 투여도 늦었다고 지적하며 진료기록 공개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던컨이 흑인이고 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그를 처음 치료한 병원에서 항생제만 처방하고 귀가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서아프리카 감염자 발생속도는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9일 현재 이 지역 감염자는 8,011명, 사망자는 3,857명에 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에볼라 감염자가 3주마다 2배씩 늘어나고 있다"며 "에볼라의 유행이 모멘텀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라이베리아의 경우 현장에서 보고된 감염 및 사망자 수가 공식 통계에 들어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호주에서도 지금까지 11명의 에볼라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국제사회가 에볼라 바이러스를 좀처럼 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더딘 대응에 대한 질책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톰 프리든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소장은 "국제사회가 즉각 연대해 과감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에볼라가 HIV바이러스 수준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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