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생긴다고 했던가. 금융산업에서만큼은 인수합병(M&A)의 대가라 할 수 있는 김승유(사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지만 외환은행 인수작업은 너무나 험난하다. 악전고투 끝에 론스타와의 주식매매계약 연장협상을 마무리 지은 탓인지 10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김 회장의 목소리에는 시원함보다는 지친 기색이 묻어났다. 김 회장은 고배당 논란을 의식한 듯 우선 "돌발상황이었다"며 "앞으로는 론스타가 고액배당을 하지 않도록 설득하겠다"고 말을 꺼냈다. "론스타가 배당을 하면 그 금액만큼 매매계약에서 차감하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배당시 하나금융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은 없지만 배당금과 가격을 연동시킨 만큼 굳이 배당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 회장은 이번 협상의 가장 큰 고비로 지난 1일 론스타가 주당 1,510원의 배당을 강행한 것을 꼽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사태였습니다. 배당을 하려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1,000원 정도일 것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습니다." 김 회장은 이어 론스타가 고배당을 강행한 것은 "매각이 세번이나 좌절되니까 론스타도 더 이상 한국 정부나 여론 등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회장은 불필요한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국이 하루빨리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론스타가 하나금융과의 협상을 깨고 다른 곳과 매매계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대주주 자격에 대한)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나서겠습니까. 결국 이번 계약의 열쇠는 정부 당국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셈입니다. 계약 연장기한인 오는 11월까지는 당국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김 회장은 장기간 매각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외환은행 노조와 공개토론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외환은행을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서 힘을 모으기 위해 인수하려는 것인데 노조가 진심을 너무 몰라준다는 것이다. 실제 김 회장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흡수합병하지 않고 투 뱅크 체제로 운영할 방침이다. 외환은행이 가지고 있는 해외시장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외환은행이 그동안 해외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하나금융이 결합하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이제 금융산업도 삼성전자처럼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외환은행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앞으로 노조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필요하다면 직접 만나겠다"며 "이대로 가면 외환은행도 망가진다. 노조도 금융인의 자세로 마음을 열고 대화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