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5~16일 호주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로 경제의 약화를 경고하며 양적완화를 압박하고 나섰다. OECD는 12일 독일의 최신 경기선행지수(CLI)가 99.6으로 지난해의 99.8에서 후퇴했다며 성장기반 확충을 주문했다. IMF도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로 경기가 예상보다 나쁘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매입을 포함한 추가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이들 정책권고는 소비진작과 재정지출 확대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온 최근의 주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경제 살리기 해법으로 정부 주도의 단기부양책을 권장해온 IMF의 처방은 10년도 더 된 낡은 패턴일 뿐 아니라 효과조차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고장난 녹음기'를 틀어댈 셈인가.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이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내놓은 처방 또한 구태의연하기는 마찬가지다. 루 장관은 이날 시애틀 '월드어페어스카운슬' 회동 연설문에서 "유럽이 자칫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단호한 조치'를 유럽에 촉구했다. 그는 더 나아가 "세계 경제가 미국에 기대고 있으나 미국 혼자로는 역부족"이라면서 '엔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일본 등이 추가 단기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화 안정성 확보를 위해 미국 스스로 양적완화를 종료한 마당에 다른 나라에 양적완화를 압박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일 뿐더러 슈퍼파워의 횡포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언행이다.
이제는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차원이 다른 처방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양적완화나 환율조정으로는 한 나라의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 한때 세계 최고였던 일본 제조업의 몰락이 정부의 도움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음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민간투자와 혁신효율을 높이도록 환경을 바꾸는 것보다 더 나은 경제회생 방안은 있을 수 없다. 경기 침체에 빠진 유로존은 물론 한국 또한 이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IMF도 재정지출 확대만이 경제활력의 유일한 처방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