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TMD 임혜인 대표 “클래식, 어려우면 관객들이 보나요. 일단 재미가 있어야죠”

국내 최초로 ‘뮤클래쇼’ 제작…클래식의 경계 흐리기

(사진=공연예술극단 TMD 임혜인 대표)

연출가 임혜인(공연예술극단 TMD 대표), 클래식을 대학로 무대로 이끈 그녀의 행보는 조금 특별하고 남다르다. 클래식 연주자의 피아노 리사이틀일 줄만 알았던 무대에 배우가 등장하고 영상과 자막이 더해지니 관객들은 아리송하다.

임 대표는 지난 10~11월 뮤지컬(Musical), 클래식(Classic), 연극(show)이 결합된 ‘뮤클래쇼(Muclashow)’를 세계 최초로 국내 무대에 선보였다. 뮤지컬극과 클래식 음악을 융합해 소극장무대에서 공연하는 그야말로 과감한 시도를 벌인 것이다.


국내 최초 뮤클래쇼 ‘Passion(열정)’은 최근 대중화를 고민하는 클래식계의 현실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담았다. 대중적이고 새로운 순수예술 장르를 탄생시키며, 좀 더 가까이 관객과 만나고자 하는 임 대표의 고심작이다.

클래식의 단순 ‘융합’에 그치지 않고 ‘순수예술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그녀. 2005년 공연예술극단 TMD(Theatre Music Dance)를 설립해 연극, 음악, 무용이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각 장르의 색깔을 존중하며 하모니를 이루는 실험적인 공연을 시도해왔다. 공연예술극단 TMD는 그간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자연 퍼포먼스’, ‘창작 뮤지컬’, ‘찾아가는 음악극’, ‘독주곡 감상공연’, ‘드라마가 있는 음악회’ 등을 다수 제작했다.

◇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뮤클래쇼(Muclashow), 관객반응은 어땠나?

- 관객석은 중소규모(대학로 예술마당 4관) 150석으로 돼 있는데, 3주 동안 평균 100석 정도 객석이 채워졌다.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장르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객석이 많이 채워졌다. 보통 대학로 소극장 공연의 경우 한 2주정도 지나야 입소문을 탄다. 고맙게도 뮤클래쇼는 실험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주가 지나고 나서부터는 외부에서 입소문을 타고 더 공연을 보러 많이 와주셨다. 심지어 서서 보시는 분들, 지방에서 버스까지 대절해서 오시는 분들도 있었다. 공연에 뜨거운 호응을 보내주셔서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창작자로서는 힘이 났다. 그만큼 반응이 의외로 괜찮아서 내년 3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 해외에서도 뮤클래쇼와 같은 사례가 있었나.

- 연극 학부 졸업과 공연기획자의 길을 걸어오면서 20여 개국을 다니며 공연이란 공연은 다보러 다녔다. 크로스 오버적인 음악 장르를 섞어서 연주한다거나 공연 중간에 해설하는 사례만 있었지 ‘뮤클래쇼’와 같은 공연은 아직까지 없었다. 극 자체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연주자들이 직접 연기를 소화하면서 소극장 무대에 전문 아티스트들이 선다는 것은 그야말로 클래식계의 획기적인 변화다. 뮤지컬 극과 음악 클래식을 접목해서 마치 클래식의 레파토리화를 시도한 것인데, 그 레파토리화가 클래식 공연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연결되는 구조는 정말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장르다.

◇ 피아니스트가 무대 뒤가 아닌 ‘객석’에서 등장하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인데?

- 막이 오르면 스카라무슈(남자주인공)가 작은기타 우쿨레레를 들고 1년 동안 같은 무대에서 선보인 귀족 풍자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관객석에 숨어 이를 지켜보던 ‘피아니스트 관객(사실 배우)’이 “스카라무슈, 당신 정말 웃겨서 그냥은 못 봐주겠군. 무대 위에 당신을 보니 나도 떠오르는 연주가 있네. 어디 한 번 들어보겠나?”라고 제의를 하며 자연스럽게 무대 위로 올라온다. 피아니스트가 관객 속에 숨어있다는 것은 그만큼 무대와 객석 사이의 장벽을 낮추고 클래식으로 대중들과 소통을 시도하고자 함이다. 그 이후에도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극이 하나의 스토리로 어우러진다. 연주가 시작되면 이와 어울리는 영상과 해설이 더해진다. 갑자기 소극장에 왔는데 리사이틀 공연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극중 피아니스트는 그렇다면 실제 배우인가? 피아니스트인가?

- 오랫동안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장만 고집하셨던 전문 피아니스트시다. 사실 처음 섭외할 때 꽤나 난항을 겪었다. 주변에 클래식 뮤지션은 많은데, 어떻게 섭외를 시도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주로 해외에서 연주 활동을 활발히 하시는 대가분들이 클래식 전용극장이 아닌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주할 수 있다고 흔쾌히 마음을 열어주시지는 않았다. ’클래식에 대사가 어딨나’ ‘연주만 해도 떨리는 데 어떻게 말까지 할 수가 있나?’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뮤클래쇼 제작 당시 일단 극의 뼈대가 되는 곡들부터 (사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 넣기로 정한 후, 스토리텔링을 더했다. 관객들과 클래식을 통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곁들인 것이다. 출연하신 피아니스트 분들도 처음에는 다소 망설이셨지만, 관객과 ‘클래식’ 으로 소통할 수 있는 연기 자체도 점차 좋아하시게 됐다. 연극배우나 피아니스트나 자기 얘기를 할 수 있으니 몰입이 더 잘 된다. 자신들의 고민을 무대에서 바로 토로하고 있는 것.

◇ 첫 뮤클래쇼 ‘열정(Passion)’, 남다른 의미가 있다면?

- 사실 기획의도가 작품의 스토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진짜 클래식은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클래식의 대중화, 클래식계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극을 만들어가는 구조다. 작품에 대한 취지와 동기를 아티스트들이 공감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극에 대한 몰입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너무 클래식을 좋아하다 보니까, 대중들에게 너무 필요하다고 느끼니까, 이런 클래식이 점차 외면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기존의 클래식에 살짝 색만 입혔다. 클래식의 변신, 클래식의 외도, 이는 모두 클래식을 관객들에게 더 많이 알리기 위한 몸부림이다.

최근 대중문화의 흐름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글로벌 트렌드를 최대한 빨리 따라가려고만 하지 클래식, 전통에 대한 이해는 매우 부족한 것 같다. 클래식, 전통에 대해 깊이 바라본다는 것은 사실 ‘소프트웨어 적’인 것을 밑바탕에 채우자는 것이다. 클래식, 전통을 밑바탕에 두고 이를 바탕으로 창조가 돼야 하는데, 무조건 따라가기에 바쁜 요즘 대중문화계의 현실이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크로스오버’ 공연 자체도 좋아하지 않는다. 클래식, 전통을 알리기 위한 융합이어야 한다. 그래서 관객들이 봤을 때 연주자보다 서브적인 무대장치나 영상요소가 지나치게 부각되지 않았으면 한다. 무대위에서는 아티스트가 최고여야 한다. 대중들이 클래식 공연장을 찾고 연주자체에 쉽게 몰입되게 하기위해 서브적인 장치를 쓰는 것뿐이다.

클래식 음악이 막연히 좋은 것이 아니라, 사실 클래식은 풍성한 아이디어 창고다. 어쩌면 가장 가까이 정서에 근접할 수 있는 음악인데, 대중들은 막연히 클래식은 어렵고 무겁고 격식따진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일반 대중들이 클래식을 그저 편한 장르로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 강남 클래식 전용공연장이 아닌, 대학로 소극장을 무대로 선택하신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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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행을 위해, 티켓 수익을 위해 수준 높은 관객을 끌어야 한다는 그런 욕심은 아직 없다. 대학로에서는 정말 지나가다 들린 연인들, 티켓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가족들이 볼 수 있는 무대를 꾸미고 싶다. 우선은 그런 대중들과 만나고 싶다. 대학로 소극장은 정말 무대와 관객석이 맞닿아있다. 정말 가깝다. 더 관객과 쉽게 소통할 수 있고 호흡이 자유롭고 밀접하다. 그래서 대학로 무대가 훨씬 우리극 성격에 잘 맞는 것 같다.

◇ 앞으로도 뮤클래쇼와 같은 ‘실험극’을 다수 제작하실 계획인지?

-우리 극단 자체가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공연들을 많이 한다. 워낙 클래식을 좋아해서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극단까지 차렸다. 대중문화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데, 좀 더 정서를 움직이고 안정적인 음악의 힘은 사실 ‘클래식’에 있다. 대중들이 클래식을 알고 이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실험적 공연을 많이 기획할 예정이다. 요번 뮤클래쇼의 경우, 소개가 3주밖에 못돼서 관객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기 시작할 쯤 막을 내려 안타까웠다. 일단 내년 3월 ‘열정’을 한 번 더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그렇지만 이런 뉴클래식의 장르는 꾸준히 시즌 2, 3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클래식을 단순히 정통 서양 음악이라 여기고, 대중화를 시도치 않는다면 국내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 자체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순수예술을 얼마나 멋있게 대중화 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우리 극단을 TMD(Theater Music Dance)를 차리게 됐다. 내년에는 서양 예술사에서 연극, 미술, 오페라, 재즈 등 각 장르 부문의 큰 모태가 되는 ‘서푼짜리 오페라’를 토대로 에픽 티에트리(EPIK THEATRE) 준비할 계획에 있다. 뮤클래쇼와 같은 새로운 창작음악극을 제작해 정통이 뭔지 대중들에게 최대한 쉽게 보여줄 것이다.

◇국내 클래식 대중화,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야하나.

- 음악, 연극, 미술 등 예술의 각 장르는 모두 연결돼있다. 18, 19세기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익히 알고있는 저명한 예술가들은 모두 장르간 교류를 활발히 했다. 한국은 교류는 둘째치고, 사실 각 장르에 대한 서로의 이해조차 낮은 편이다. 사실 클래식은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연극도 무용도 미술도 크게보면 모두 클래식에 속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장르를 벗어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아티스틀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클래식 리사이틀 공연을 ‘독주회’말고 ‘독주곡 감상 공연’이라 칭했으면 한다. 최근 클래식 리사이틀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을 보면 연주자들의 가족, 전문종사자들의 잔치일 뿐이다. 기획 자체를 잘해서 외부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극단은 기획 자체를 테마가 있도록 공연을 꾸민다. 아카데믹한 클래식을 설명할 수 있는 도구를 기획해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정통 리사이틀 대신 영상과 해설을 입혀 2009년 금호아트홀에서 ‘독주곡 감상공연’을 최초로 시도하기도 했다. 쇤베르크, 라벨 등 클래식 음악 자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연주자의 연주 자체를 흩뜨려 놓는 것은 극도로 싫어한다. 다만 그 음악에 대중들이 쉽게 몰입될 수 있도록 힘을 더해주는 연출을 하고 싶었다. 피아니스트가 연주하기 전에 모차르트, 베토벤 곡을 쓰게 된 동기와 고뇌하는 과정을 연기하며 흥얼거리다 연주를 시작하고 무대뒤 스크린에 영상과 작품해설을 자막으로 곁들이니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제 클래식 음악을 극적으로 재해석해서 장르의 경계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정통 클래식이 급변하는 대중문화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중들이 좀 더 친밀하게 클래식을 느껴 스스로 관심을 갖고 찾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임혜인 약력

△중앙대 연극학 석사 및 박사

△American Dance Festival 수료

△베세토 오페라단 뮤지컬부 상임연출

△동국대, 중앙대, 세종대, 서경대, 광운대, 인덕대학, 순복음 신학원 출강

△공연예술극단 TMD 대표 및 상임연출/음악감독/안무

△한국국제크리스천예술학교 공연예술학부 학부장

△명지전문대학 연극영상과 겸임부교수

△뮤클래쇼 ‘Passion’, 뮤지컬 ‘The Jesus’, ‘Godspell’, ‘The Good’, ‘HARMONY’, ‘The Own’, ‘카오스 그 후 7일간의 코스모스’, ‘행복은 예술을 타고’ 등 다수 연극, 퍼포먼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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