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해줄 테니 원유개발권을 다오.’ 중동과 아프리카ㆍ중남미 등 자원부국에 SOC를 건설해주고 대가로 원유개발권을 받는 ‘패키지형 자원개발’이 자원확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보유한 석유 플랜트와 건축, 신도시 건설 등의 노하우가 원유 등 자원확보의 첨병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석유공사와 쌍용건설은 14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방한중인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와 쿠르드 지역 K5 등 4개 광구의 유전개발과 10조원짜리 SOC 건설을 위한 초대형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사업은 석유공사 컨소시엄이 확보한 유전개발과 관련해 쿠르드 자치정부가 탐사권을 허가한 대가로 국내 기업에 각종 사회기반시설 건설 참여를 요청함에 따라 이뤄졌다. 이로써 석유공사 컨소시엄(삼성물산ㆍ대성산업ㆍ삼천리ㆍ유아이에너지)은 국내의 2~3년치 소비량과 맞먹는 15억~20억배럴(해당 광구 매장량 추정)의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또 쌍용건설을 주간사로 한 SOC컨소시엄(두산건설ㆍ극동건설ㆍ㈜유아이이앤씨ㆍ안흥개발)은 오는 3월 이라크 아르빌 지역에 사무소를 열어 1차로 2조원 규모인 길이 450㎞의 자코~아르빌~술레이마니아 간 4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할 예정이며 이어 상하수도, 전력공급, 석유화학 플랜트, 병원, 학교 등 10조원 규모의 추가적인 사회기반시설을 순차적으로 건설한다. 컨소시엄 측은 향후 추가 유전개발로 기반공사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사에 필요한 초기 소요자금 1억달러는 쿠르드 자치정부가 현금으로 내놓으며 잔여 공사비는 앞으로 원유 또는 쿠르드 정부가 보증한 국제차관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이러한 형태의 패키지형 자원개발은 지난 2005년 나이지리아 유전개발(발전소ㆍ파이프라인 건설)이 처음으로 석유공사 등이 참여한 2006년 카자흐스탄 프로젝트와 지난해 말 정부 간 MOU가 체결된 베네수엘라 초중질유 프로젝트(오리노코강 유역의 보야카광구 채굴 대가로 파이프라인ㆍ항만ㆍ조선소 건설) 등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자원외교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업체가 함께 유전개발과 SOC프로젝트를 동반 추진하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다만 사업주체가 많아 사전 의견조율이 긴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