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투자 일임을 받은 투자상담사가 수수료를 노려 지나치게 자주 거래해 고객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증권사도 법적 책임을 나뉘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황적화 부장판사)는 3일 김모씨가 하나대투증권과 투자상담사 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원고에게 7,600만원을 물어주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7년 8월 하나대투증권의 한 지점을 방문해 지점장으로부터 정씨를 소개받아 선물ㆍ옵션거래를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계약을 맺고 계좌를 개설해 1억7,600만원을 맡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손실액이 원금 전체와 맞먹는 1억5,000만원을 넘어섰고 A씨는 투자 넉달 만인 그해 11월 남은 돈 2,400만원만 겨우 건질 수 있었다.
정씨가 주말과 휴일을 제외한 60거래일 동안 하루 평균 79회씩 모두 4,0761회의 단타 거래를 하면서 생긴 손실액 1억5,000만원 가운데 증권사와 정씨에게 돌아간 수수료만 따져도 8,629만원이나 됐다.
이에 A씨는 "고객 이익을 무시하고 영업 실적만 높이려고 과당매매를 해 원금 대부분을 손실시켰고 증권사도 적절한 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일임 약정을 했어도 고객 이익을 등한시하고 무리한 회전매매를 해 손해를 입힌 경우는 과당매매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며 "증권사와 정씨가 수수료를 반씩 나누기로 한 사실이 인정돼 고위험이라는 선물ㆍ옵션거래의 특성을 고려해도 원고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투자상담사는 업무 특성상 일반 직원보다 고객에게 과도한 투자를 권유하거나 과당매매를 하는 등 위법행위를 할 위험이 커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한 책임이 있다"며 증권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아울러 과당거래가 시작된 때의 잔고와 과당거래가 끝났을 때의 잔고의 차액만큼을 피해 금액으로 계산해 정씨와 하나대투증권이 함께 배상하도록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매매는 고객 스스로 하는 것이 원칙인데 김씨가 투자를 일임했고 원금 손실이 확대되는 조짐이 있었음에도 제지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피고들의 책임 범위를 50%로 제한했다.
증권사의 정식 직원이 아닌 투자상담사는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고객 유치 및 영업을 맡는 일종의 프리랜서로 거래에 따른 수수료를 주수입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