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한국, 원화 평가절하 나서라"

■ 미래경제 - 당신은 준비되었는가(손성원 지음, RHK 펴냄)

세계적 석학 손성원 교수 경제 진단

"생산성 둔화·노동력 부족·불확실성, 글로벌경제 2016년까지 침체 지속

미·영·일 양적완화 정책에 발 맞춰야"




한국의 잠재경제성장률은 2010년 이후 3%대로 떨어졌고, 국내총생산 대비 소비자 부채비율은 미국보다도 높다. 게다가 일본의 아베노믹스, 즉 엔화 가치절하는 한국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양국 다 무역 의존도가 높고 수출품목 역시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원화 평가절하를 해야할까? 저자인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LA한미은행장과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선임 경제학자 등을 역임한 세계적인 경제학자다.

손 교수는 대공황 시기인 1931년 가장 먼저 금본위제를 폐지한 영국을 상기시킨다. 영국은 이후 바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렸고 누구보다도 빨리 대공황에서 벗어났다. 그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미국·영국·일본은 양적완화를 통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원화는 아시아 무역 상대국, 특히 일본 엔화 대비 고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행이 원화가치의 평가절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저자는 2016년까지 세계적인 스태그네이션(장기 경기침체)에 가까운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유는 바로 3가지, 생산성, 노동력 부족, 불확실성이다. 그는 먼저 20세기에는 생산성이 35년마다 2배씩 증가했지만, 21세기에는 크게 둔화됐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느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두들 주목하는 IT부문의 놀라운 발전은 그저 생활을 편리하게 했을 뿐, 생산성과는 조금 먼 얘기라고 잘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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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출산율 하락에 따른 노동력 부족은 전세계 공통적인 상황이다. 15억 인구의 중국도 마찬가지다. 산아제한, 1자녀 정책의 결과로 2010~2020년 사이 노동인구 2,000만명이 줄어든다. 이제 중국 정부가 출산정책을 풀고 있지만 당분간 개선이 어렵다. 남아선호 사상때문에 인위적으로 줄어든 여성비율은 가임기 출산여성 부족을 가져올 것이다.

또 불확실성은 세계경제 3대 축인 미국, 유로존, 중국 때문이다. 워싱턴의 불안한 정치적 리더십은 끊임없이 세계경제 불안을 야기한다. 유로존은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까지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고, 유로화는 독일에 반사이익을, 남부 주변국(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 등)에는 수출경쟁력 하락을 가져다주며 격차를 벌렸다. 중국 사정도 과도한 수출 의존도, 1조7,000억 달러를 웃도는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버블 등으로 낙관하기 어렵다.

이같은 저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서두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국의 테이퍼링이 세계경제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그렇다고 바로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무리라는 얘기다. 바로 디플레이션 때문으로, 오히려 추가적인 부양정책을 예상할 정도다. 근거는 각국의 인플레이션 하락세.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1% 내외, 일본은 아베노믹스에도 여전히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과거 5년간 급격히 하락했고,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한편 미국경제에 대해서는 부활 가능성에는 높은 점수를 줬다. 먼저 전세계 국내 총생산의 25%를 창출하는 '규모의 경제효과'는 2~4위 국가인 중국·일본·독일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 천연자원 중 농지와 물, 광물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에는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으로 부상하고 있고, 2030년이면 에너지 자급률이 50%에 달할 것이다. 곧 고용 증대 및 무역 흑자, 제조업 비중 확대 등 긍정적인 신호를 더할 것이라는 근거다. 1만5,0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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