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럽권 새 교황 선출을 계기로 가톨릭의 무게 중심 자체가 로마, 그리고 유럽을 벗어날 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를 앞두고 비유럽권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 35년간 비이탈리아인 교황이 재위한 점을 감안,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에서 다시 이탈리아인 교황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라는 게 현지의 예상이었다.
1523년 네덜란드인 교황 하드리아노 6세가 즉위한 이후 455년 만인 지난 1978년, 비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출됐었다. 요한 바오로 2세와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가 재위한 35년을 제외하고 이탈리아인 교황이 계속됐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비유럽권 교황이, 그것도 콘클라베 시작 이틀만에 선출된 것은 추기경들 사이에 어느 정도 이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져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비유럽권 교황 배출은 가톨릭 내부의 변화에서 그 동인을 찾을 수 있다. 유럽의 가톨릭 신자는 2억7,700만명에 불과하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합한 신자는 3억명이 넘는다.
유럽 중심의 가톨릭 교회의 보수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남미 출신 교황이 선출됨에 따라 바티칸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부 관측통들은 유럽 중심의 바티칸 세력이 교황 다음 서열인 교황청 국무원장 자리를 내부 인사로 채우는 대신 유럽 이외 지역의 인물을 교황으로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애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브라질의 오질루 페드루 셰레르(63) 추기경이 아니라 그동안 후보로 주목받지 못하던 아르헨티나의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된 것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새 교황은 즉위명으로 프란체스코를 선택했다. 평생 청빈의 삶을 이어간 ‘아씨시의 프란체스코’ 성인의 뜻을 이어 교회에 겸손과 봉사의 기운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프란체스코라는 이름에 담긴 이런 뜻을 감안하면 가톨릭이 가진 ‘부유함’의 이미지가 앞으로 어느 정도 가실 것이라고 독일 dpa 통신은 분석했다. 지난 120년간 교황 명칭으로는 비오, 레오, 그레고리오, 베네딕트, 요한, 바오로 등이 많이 쓰였는데 프란체스코라는 명칭은 처음 사용된 것이자 이런 전통에서 벗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프란체스코’라는 명칭이 갖는 의미를 두고 “소박함과 박애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 선출 직후 프란체스코 1세가 “추기경단이 먼 곳에서 교황을 찾아내 내가 여기에 섰다”고 말한 대목도 겸손하면서도 인간미가 넘친다는 평가다.
새 교황은 지금까지 주로 모국인 아르헨티나에서 사목 활동을 했으며 평생을 기도와 고행을 통해 봉사해왔다. 그는 대주교 직에 오른 뒤에도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 않는 등 청빈한 생활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바티칸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이 교회 개혁을 위해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로 작용하고 있다.